[초점] 악재에만 민감한 원화···'심리적 저항선' 1500원마저 뚫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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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에도···하락폭 '미미'
非달러 통화 줄줄이 올랐는데···원화만 나홀로 약세 지속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정해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진정됐음에도, 미국 관세 부과와 경기침체 리스크 등이 반영되며 좀처럼 내려가지 못하고 있단 진단이다. 일각에선 1500원 돌파 가능성 역시 조심스레 상정하는 분위기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장 대비 1.0원 내린 달러당 1471.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이 하락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오는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약 네달 만이다.

이에 환율은 정오쯤 1467.0원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되돌리며 1470원을 다시 상회했다. 전일 환율이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72.9원에 마감,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이날 환율 낙폭이 되돌려진 원인은 대내외 리스크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오는 2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세계 주요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물가 지표들이 관세 발효 전부터 반등 조짐을 보인 가운데, 이번주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미국 주요 경기지표들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의 경우 탄핵심판 선고가 몇 개월째 지연되면서 정국 불안이 반영, 주요국 대비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실제 관세리스크가 불거졌던 지난 2월 말과 전일 기준 주요국 통화의 변동률을 살펴보면 달러인덱스의 경우 107.6pt에서 103.76pt로 두달새 3.6%나 하락했다. 반면 유로·달러 환율의 경우 1.037달러에서 1.081달러로 4.2% 상승했고, 파운드·달러 환율도 1.256달러에서 1.292달러로 2.9% 올랐다.

달러당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두달새 0.5%, 0.4%씩 절상(하락)하는데 그쳤지만, 1월 초와 비교하면 엔화는 5.4%, 위안화는 1.1%씩 절상했다. 일본의 통화긴축 전환과, 관세로 인한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면서 절상 흐름을 보였단 설명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2월 초와 비교해 1.2% 절하(상승)됐다. 다른 주요국 통화가 절상흐름을 보인 가운데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수준 역시 금융위기 시점과 비견될 정도다. 1390원대에 계엄사태전과 비교하면 넉달새 6%나 절하된 셈이다.

이는 계엄사태 이후 내수부진 흐름 속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며 펀더멘탈 자체가 내려앉은 데다,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이에 최근 달러 약세 흐름 속 주요국 통화가 반등했음에도 원화는 나홀로 약세를 시현 중이다. 특히 이번주 관세와 경기지표 발표 등을 소화하며 15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탄핵심판 선고일자가 정해졌지만 결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데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낙폭을 되돌렸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1500원 돌파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 4월은 배당이나 수급적 이슈가 많은 시기"라며 "외환당국의 개입이나 국민연금 매도 물량이 남았지만, 관세 이벤트가 부정적으로 소화되는 등 악재가 겹친다면 1500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탄핵선고의 경우 부수적이고 단기적 변수, 관세는 지배적 변수라 보고 있다"며 "관세 관련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물가상승이나 상대국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어 무한정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경기지표 등의 재료들을 감안해도 1500원을 돌파할 재료라 판단하고 있진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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