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금융당국 경고 무시…5000억 분기배당·1조5000억 대출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미루던 당국, 신뢰·권위 모두 잃었다"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금융당국의 허술한 대처가 론스타의 '먹튀'논란을 불러왔다는 비난이 거세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 론스타는 최근 4969억원대의 분기배당을 받았으며 하나은행으로부터는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1조5000억원의 대출을 받는 등 국내 금융권을 크게 뒤흔들며 배를 불리고 있다.
외환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감독당국의 경고는 쇠귀에 경읽기였다. 대주주 적격성 판단이라는 논란에 대해 결정적인 판단을 계속 유보하면서 금융당국이 결국 '양치기소년'이 된 형국이다. 금융당국이 시간을 끌며 권위를 잃는 동안 2조원 가까운 돈이 외국으로 흘러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3년 10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한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7년 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연루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현재 고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제 금융당국은 이 사건의 사법적인 판단이 대주주적격성을 따지는 것보다 먼저라는 논리로 수개월째 시간만 끌고 있다. 고등법원의 재심은 앞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의 고배당 챙기기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2분기 결산이 확정되기도 전에 서둘러 배당을 결의하면서 금융당국의 반대의견이 철저하게 묵살당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분기배당결정일인 지난 1일 오전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들여 고액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날 외환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주당 1510원씩 총 9738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금액의 분기배당을 의결했다.
그러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법원에만 떠넘기며 무책임의 전형을 보여준 당국이 론스타에게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준환 유한대 교수(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론스타가 대한민국 금융당국과 사법부에 대해 중대 도전·도발행위를 해온 것"이라며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 상황에 따라서는 해외 소송까지도 준비하고 마당에 금융감독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도 "론스타가 자행한 하나은행으로부터의 대출과 분기배당은 대한민국 금융당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무력한 금융당국의 대처가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최종심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