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1970년 11월 서울 평화시장 앞길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미공개 일기와 유서 등 유품이 43년만에 세상에 나온다.
2일 전 열사의 동생 태삼(63)씨와 연세대 박물관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전씨의 자택에 보관 중인 이들 유품을 이르면 이번 주부터 박물관 측이 분류하고 보존처리 하게 된다.
유품 중에는 1960년대 후반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면서 겪은 열악한 노동 현실과 고민을 기록한 노트 7권 분량의 일기가 있다. 일기의 일부는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기초자료로 쓰였다.
전 열사가 분신을 결심하고 동창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유서와 평화시장 재단사 모임 '바보회' 회칙 및 회의록, 당시 동료의 노동환경을 직접 조사한 설문지 등 엄혹했던 시절을 생생히 증언하는 자료도 있다.
이들 유품은 그간 정리되지 않은 채로 태삼씨가 서류가방에 넣어 보관해 왔다. 박물관 측은 시간, 인물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스캔한 뒤 내달부터 탈산·훈증처리를 시작한다.
태삼씨는 "작년 2월께 국가기록원 전문요원이 나와 자료를 확인하면서 기록유산 등록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며 "이제는 외부에 공개해 많은 사람이 형과 어머니의 뜻을 나누고 후속 연구자료로도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태삼씨는 3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기일을 치르고 유품을 박물관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보존처리가 끝나면 연세대 혹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전문 기관과 보관을 논의하는 한편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