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F학점 캠퍼스 토크
최경환의 F학점 캠퍼스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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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대학가 여기저기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나붙고 소위 말하는 초이노믹스에 F학점이 매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한 캠퍼스를 찾았다.

그런데 찾아간 곳이 실제 대자보가 나붙고 어수선한 서울시내 대학들 다 놔두고 비교적 순진한(?) 학생들을 찾아 나선 모양새여서 헛웃음이 나오게 했다. 지방 소재 한 대학 10여 명의 대학생들을 만난 최 부총리는 학생들의 준비된 질문 몇 개 듣고 내내 정부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질문도 사전에 조율된 것인지 최근 대학가 대자보들이 제기하는 핵심 문제들에서는 살짝 빗나간 듯싶다. 방학 중인 대학가에서 어떻게든 ‘소집된’ 학생들일 터이고 해당 대학 한 교수에 따르면 ‘정부에 줄 닿고 싶어 하는 교수 몇몇이 제자들 긁어모으지 않았을까’라는 관측이 나오는 형편이니 그런가 싶기는 하다.

문제는 그런 조용한 대학을 찾아가 정치쇼 한번 하는 것으로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홍보하는 최부총리의 행보가 ‘대화와 소통 부재’로 비판받는 현 정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답답하다. 이 정부는 위`아래 할 것 없이 정말 ‘대화’할 줄을 모르거나 혹은 아예 대화의 의지는 없고 단지 하는 척 보여주는 일에만 관심이 있구나 싶어서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 하는 것은 나이든 세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런 증상이 필자라고 없는 게 아니니 매몰차게 깎아내릴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경영의 책임을 지는 자리에 선 이들이라면 우리 같은 필부필부(匹夫匹婦)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보통사람들의 잘못된 고집은 본인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피곤하고 그칠 일이지만 국가 경영의 책임이 있는 자리에 선 이들이라면 그의 귀가 막히고 답은 이미 다 정해진 상태를 고수할 때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험 속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는 여러 분야에서 힘을 가진 이들의 그런 고집들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만만찮다. 종교 간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부정당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보이고 변화를 구하는 이들을 이념적으로 마녀사냥 나서는 이들 또한 한 번 정해진 답에 무조건 사회를, 시대를 맞춰야 한다는 고집을 피우는 것이 자기 침대 크기에 여행객의 키를 맞추기 위해 잡아 늘이고 혹은 다리를 잘랐다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를 연상시킨다. 하기야 ‘과학’이라는 말로 자신들이 정해준 답만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강요까지 하는 신종 미신도 횡행하는 판이니 달리 무슨 말을 할까.

이미 정해진 답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경직되어가는 분위기가 종종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동안 사고의 유연성이 꽤 생겼었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실감하는 이즈음이다.

그런데 이런 경직되어가는 분위기는 대체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때 더 강화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정부가 혹은 온갖 전문가들이 무슨 말을 하든 대중들의 삶이 지금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일이라 보인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한국사회가 유독 심하고 각 나라마다 누려온 지적 자유도에 따라 다르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여러 나라에서 고루 대두되는 현상이기도 한 모양이다.

요즘 상대적으로 사상적 유연성이 컸던 유럽 사회조차 과격 무슬림단체의 언론사 테러를 계기로 그 기조가 흔들릴 위험에 직면했다고 할 정도이니까. 그야말로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꼴이라고나 할까. 힘든 현실의 불안과 불만을 쏟아낼 대상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꼴이니 대중들로서는 그런 자신들의 기분을 이용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정치인이나 자본들의 행태까지 눈에 들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과격 무슬림들이 극우 정치집단을 돕는다는 말까지 나온단다.

이미 한쪽 귀를 막고 있는 현 정부를 향해 그 어떤 말을 하는 것도 괜스레 힘만 빼는 일인 성싶어 되도록 정치며 정책의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손 안에서 우리의 당장 먹고사는 문제는 물론 미래의 삶터까지 좌우되는 형편이니 관심을 꺼둘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거듭 당부하고 싶다. 제발 귀 좀 열고 가슴 깊은 곳에서 토해내는 말들을 들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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