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거 사다리' 빌라, 왜 애물단지 됐나?
서민의 '주거 사다리' 빌라, 왜 애물단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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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균 아파트값 12억원·빌라 3억원대···돈 없어 빌라사지만 돈버는 건 아파트
전셋값 올라야 매매도 오르는데···전세기피에 빌라 임대시장서 전세 비율 36%뿐
"아파트 위주 정책 바꿔야"···빌라 등 축소하면 청년·서민층 주거 비용 상승할 수도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한때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주던 다세대주택, 빌라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와 낮은 환금성 등으로 거래가 줄면서 지난해 매매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나 관망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파트와 빌라간 거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5만5054건, 이 중 빌라 거래량은 8만5593건으로 전체의 15.4%에 그쳤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반면 매매 거래의 나머지는 아파트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과거 빌라는 가진 돈이 적은 서민층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거사다리의 출발점이었다. KB부동산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39만원인 반면 빌라의 평균 가격은 3억400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 차이가 3.5배에 달한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빌라는 현재 소유가 아닌 임대용 주거시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과거 전세 위주였던 빌라 임대 시장은 월세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분기 서울의 빌라와 단독의 전월세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동기간 아파트 전세 비율은 59.1%로 1년 전(57.5%)보다 오히려 늘 월세가 급증한 것인데, 이는 아파트와 빌라의 전세가율이 현재 65~70%대로 비슷하지만 아파트가 보증금 반환 가능성에서 더 유리하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빌라 가격이 아파트처럼 오르지 않는 탓이 크다. 

통상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올라야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빌라 전세 기피 현상과 더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해 대위변제 회수율 관리 차원에서 전세보증 가입한도를 주택 공시가격의 126%로 낮추면서, 빌라 집주인들은 안그래도 2년전 시장 호황기때 내놓았던 전셋값을 낮춰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싸게 내놓아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집값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메우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진 탓에 빌라의 투자처로써 가치가 다시 한번 하락하게 된 셈이다.

임대뿐만 아니라 실수요자가 분양받아 입주하기도 어렵다. 동일 면적 기준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최대 절반 가량 저렴한 탓에 입주하려 해도 신축 빌라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아파트 물량은 34만2291가구로(88.0%)였던 반면,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은 각각 8887호(2.3%), 5898호(1.5%)에 그쳤다. 신축 빌라의 대안은 구축 빌라가 아니라 구축 아파트다. 결국 아파트 수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 정책 역시 빌라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약 제도다. 현재 대부분의 청약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 대규모 단지들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자금이 없어 빌라를 산 사람들은 아파트 청약이라는 재테크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서울 주거시장에서 현재 빌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빌라를 건전한 주거시장으로 육성시키기보다는 재개발 등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한 부동산·건축 규제 완화 내용에선 노후 저층 주거지의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추진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 중의 상당수가 아파트 신축을 위한 인허가 기간 단축, 주민합의체 구성을 위한 동의율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세대·연립 등 다양한 형태의 비(非)아파트 공급 축소는 청년·서민층의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임대시장에서 빌라의 월세는 치솟고 전세는 기피돼 서민들이 빌라에 살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는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며 "특히 비아파트는 영세업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분양이 안되면 전세라도 놓을 수 있어야 공급이 가능한데, 월세 아니면 들어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생겨 새로 지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홈테크 서비스, 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 관리실 등의 설치가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공공이 제공해 균형을 맞춰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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