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럭셔리 미니밴 알파드 '호화와 용장(龍章)'
[시승기] 토요타 럭셔리 미니밴 알파드 '호화와 용장(龍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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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송윤주기자)

[日 노토반도=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2열 리무진 시트에 앉아 등받이를 눕히니 출장 일정에 쌓인 피로가 이내 풀리는 느낌이었다. 시속 100km의 고속에서도 차 안은 소리나 진동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가죽 시트와 팔에 닿는 우드 트림의 감촉까지 토요타의 럭셔리 미니밴 알파드를 시승한 뒤 그 인상은 유독 강렬하게 남았다.

지난 2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노토반도 일대에서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토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미니밴인 신형 알파드로,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모터가 장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F 패키지' 사양이 들어간 4륜 구동 모델이었다.

시승 코스는 겐로쿠엔 주차장에서 노토 사토야마 해안을 거쳐 토게 선셋을 지나 아에노카제에 이르는 약 150km의 구간으로, 산길 와인딩 코스와 신호등이 있는 일반 도로, 고속 도로, 해안 도로까지 다양했다.

토요타는 '대(大)공간 고급살롱'을 키워드로 알파드와 벨파이어를 개발했다. '호화와 용장(龍章)'을 뜻하는 이름의 알파드는 최고급 사양이 추가된 벨파이어와 같은 플랫폼과 엔진을 채택하면서도 대부분의 고급 사양을 그대로 가져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외관은 우선 전면에 두텁게 도금된 6단 대형 그릴이 눈에 띈다. 크롬형 위쪽 그릴은 아래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에서 볼 수 있던 스핀들 그릴을 연상케 한다. 후면은 수직으로 곧게 떨어져 볼륨감을 더하면서도 전면과 같은 크롬 장식을 넣었으며, 양 옆으로 커다란 날개 형상의 리어램프가 차량 옆면까지 깊게 감싸고 있다. 여기에 C필러와 D필러는 블랙컬러로 처리돼 겉으로 보기에도 U자 형태로 윈도우가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실내에는 인스루먼트 패널부터 도어트림까지 매끄럽게 연결돼 공간감을 확대했으며, 차체 전고는 낮춰 주행 안정성을 더하면서도 바닥을 낮게 설계해 실내 공간은 이전 모델과 같도록 설계했다. 또 차량 탑승 시 동승자가 딛는 발받침대를 이전보다 50mm 낮춰 아동이나 고령자가 타고 내리기 쉽도록 개선됐다. 장애인용 차량에는 휠체어를 편리하게 싣기 위해 시트 슬라이드 위치와 리클라이닝 각도를 이전 사용자에 맞게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기능도 지원한다.

조수석은 '수퍼 롱 슬라이드 시트'를 채택해 뒷좌석까지 1160mm까지 길게 밀어낼 수 있다. 반대로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화물 공간의 길이는 최대 2150mm까지 확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조수석에서 2열 시트 탑승자까지 돌볼 수 있는 더블 트라이 앵글 모드 등 다양한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3열 시트에는 슬라이드 기구 아래에 스페어 타이어를 제거하면 최대 148리터까지 활용 가능한 수납 공간이 숨겨져 있다.

▲ (사진 = 송윤주기자)

2열 리무진 시트에 앉아 등받이를 젖히고 발받침을 올리자 전신 안마 의자에 앉은 듯 편안했다. 신형 알파드의 시트는 이전 모델보다 폭이 10cm 넓어져 보다 더 안락한 느낌을 준다. 팔걸이에 팔을 내려놓으면 얼룩무늬가 들어간 흑목조 트림에 코팅이 한 겹 덧입혀져 고급스러워 보인다. 곳곳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고 플러그는 시거잭, USB, 110V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알파드는 후륜 쪽에 새로 개발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채택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차체는 강판과 강판 사이에 흡진재를 사이에 넣은 샌드위치 구조 강판을 사용하는 등 철저한 철저한 소음 및 진동(NVH) 방지 대책을 적용했으며, 차량 모양은 풍절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돼 고급 미니밴다운 정숙성을 구현했다.

알파드 하이브리드를 함께 시승한 3명의 기자가 번갈아 가며 시승하면서 2열 시트에서 동승을 했는데, 3명 모두 시트에 편안하게 묻혀 동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고속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며, 차량 내 진동도 적어 노트북을 펴고 문서 작업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알파드 하이브리드에는 2.5리터 2AR-FXE 엣킨슨 사이클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4륜 구동(E-Four)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 일본 공인 연비(JC08) 기준으로 복합 연비는 18.4km/ℓ을 기록한다. 한국에서는 복합 연비가 20~30% 이상 낮게 측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등 가솔린 미니밴의 복합 연비가 두 자릿수에 못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비 측면에서도 확실히 이득을 볼 수 있는 모델이다.

무게가 2톤이 넘는 미니밴은 공차 중량 뿐 아니라 적재물과 동승자 무게를 감안하면 넉넉한 제동력은 필수다. 알파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이 걸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에 브레이크 페달을 미리 밟지 않아도 차량 속도가 부드럽게 줄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 (사진 = 송윤주기자)

기자가 시승한 구간은 코너가 많은 산길 위주였는데, 일본은 한국보다 도로 폭이 좁았지만 4륜 구동 시스템을 믿고 자신 있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스티어링 휠이 손에 착 감기면서 크기가 크지 않아 여성 운전자가 몰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우핸들이 익숙하지 않아 미니밴을 운전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일반 거울과 광각 거울이 아래 위로 부착된 사이드 미러로 차량 아래 부분까지 한눈에 보여 도로 주행과 주차가 한결 수월했다.

알파드에는 고급 미니밴에 걸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도 들어가 있다. 스마트키를 갖고 차량에 접근하면, 슬라이드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고, 미리 설정을 해놓으면 슬라이드 도어가 닫혔을 때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안전 사양으로는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일 때 충돌 피해를 경감시키는 '인텔리전트 클리어런스 소너'를 장착, 주차장에서의 저속 이동이나 차고 진입 등의 경우에도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주행 시 밀리파 레이더로 진행 방향 상의 선행차나 장애물의 위치를 계산해 충돌 상황을 방지하는 '프리 크래시 세이프티 시스템'을 채택해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그 외에도 운전자 시선으로 자동차를 마치 투과하는 듯한 영상을 표시하는 '시스루뷰'를 파노라믹모니터로 띄워 주차 보조 시스템과 연동하면 초보 운전자도 차체가 큰 미니밴을 쉽게 주차할 수 있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이날 시승회에서는 '에코 드라이브 챌린지'로 참가자마다 시승 차량의 JC08 모드 대비 얼만큼의 실연비를 달성했는 지 측정했다. 시승을 마치고 난 뒤 기자는 17.5km/ℓ의 실연비(공인 연비 대비 -0.9%)를 기록하며, 20여명의 참가자 중 3등을 기록했다. 시승에 함께한 차량은 프리우스C(현지명 아쿠아), 프리우스 PHEV, 코롤라, 싸이(SAI) 등 토요타의 고연비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니밴으로 얻은 실연비로는 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시승한 알파드 하이브리드 G 'F 패키지'의 일본 현지 판매 가격은 소비세를 포함해 535만6800엔(한화 약 4956만)이다. 해당 모델은 일본을 포함해 홍콩과 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 1월~5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4957대가 팔렸다. 알파드 하이브리드를 실제 한국에 들여오면 최소 7000~8000만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보적인 고급 사양과 연비까지 고려하면 한국 미니밴 시장에서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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