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에 수수료 환급 문제 '도마'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금융감독원이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로 보험사들에 대규모 리콜 조치를 결정한 가운데 보험사와 카드사간 판매수수료 환급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양 업계는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며 향후 이 문제가 소송전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우려를 표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곳의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최소 614억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금감원이 보험사가 카드슈랑스로 판매한 보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형식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인수했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카드슈랑스는 카드사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텔레마케팅(TM)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KB손보·동부화재·현대해상 100~200억원, 삼성화재 50~100억원 미만, 흥국생명·메리츠화재·롯데손보 10~50억원 미만, 동양생명·동부생명·흥국화재 10억원 미만 등의 금액을 각각 보험계약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환급액은 전체 납입보험료 중 이미 지급한 해지환급금을 뺀 금액으로,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추가 이자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자들에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추산된 액수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의 결정에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카드사에 선지급된 판매 수수료는 환수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계약 심사를 소홀히 한 부분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면서도 "업계가 불완전 판매 당사자가 아닌데 카드사들에 비해 훨씬 큰 피해를 입게된 것이 사실"이라고 허탈해했다.
지난해 금감원이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로 카드사들에게 기관조치와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각 사당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최대 몇 백억원을 환급해줘야 하는 보험사와는 제재 수위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이 카드사들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판매 수수료는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다면 보험사는 대리점(카드사)에 지급한 판매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보험사의 주요 판매책, 즉 '갑'에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환급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계약이 끝나 거래가 중단된 회사들 간 수수료 환급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금감원은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 환급과 관련, 우리원이 관여할 수 있는 근거도 이유도 없으며 자칫 한 업권을 편드는 행위로 오인될 수 있다"며 "각 회사별로 당사자들끼리 맺은 계약서 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결과적으로 바톤은 양 업권이 쥔 셈이다.
해당 업권 관계자들은 이번 문제가 보험사와 카드사 간 '대결구도'로 비화되는 양상을 적극 경계했다. 상호 간 '필요성'에 의해 관계 유지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향후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판매를 위탁했던 TM업체와 수수료 환급을 재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환급과 관련해 확답을 주기 어려운 회사가 대다수 일 것"이라며 "사실상 영세한 TM업체가 많아 이 논의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다만 대다수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수수료 환급은 회사 계약서상 협의 하에 조절해야 하는 문제지만, 몇 백억원 때문에 사업 동반자를 버리고 갈 회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대규모 소송전 보다는 '순망치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