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통제품 안정성 취약"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샘플 화장품을 판매한 업체들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샘플 화장품의 불법 유통은 그간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돼 왔지만, 끼워 팔기 자체가 법적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샘플을 판매한 6개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은 화장품 샘플 불법 판매로 총 4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G마켓과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과 개인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화장품 샘플을 끼워 팔기 했다. '본품 구매 시 샘플 무료'라는 제목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물티슈, 비누, 마스크팩 등을 화장품 샘플과 함께 판매했다.
물티슈, 마스크팩, 수제비누 등의 원가는 200원, 시중 판매가는 최소 450원 정도다. 하지만 업체들은 해당 상품들을 최소 5900원부터 많게는 3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구매자들에게는 사은품으로 화장품 샘플을 증정하는 형식이다.
특히 해당 업체들은 업계 1~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중심으로 설화수, 라네즈, 아이오페, 더후, 오휘, 숨 등 여러 브랜드의 샘플을 함께 취급하고 있었다. 샘플 화장품을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전문 업체들인 것이다.
업계는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일수록 샘플 화장품의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본품 화장품과 같은 용량을 기준으로 샘플 화장품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최소 7만원에서 10만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났다.
문제는 이렇게 판매된 화장품 샘플은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제조되고 유통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용물의 변질이나 부작용이 발생해도 소비자들은 피해보상을 받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직접 얼굴에 바르는 제품이기 때문에 샘플일지라도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 까지 온도나 습도 등에 유의하며 전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며 "불법으로 유통되는 샘플 화장품은 가품일 확률이 높고 내용물 변질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12년 2월 화장품 샘플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샘플 화장품 판매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해 31일에는 샘플에도 유통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업체들은 내년 2월4일부터 샘플에도 제조판매업자의 상호, 가격, 유통기한 및 제조번호를 표시할 방침이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상무는 "끼워 팔기 편법으로 단속을 피해오던 업체들이 처음으로 적발 됐다"며 "이번 사례로 화장품 샘플 끼워 팔기를 일반적인 판매로 해석할 수 있을지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플 화장품의 불법 판매는 화장품 업계의 유통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현재 각 업체들은 내년까지 용기나 샘플지에도 사용기한 및 성분 등을 인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는 화장품 샘플의 불법 판매 행태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판매자들은 대부분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형태다. 실제로 쿠팡과 티몬, 위메프와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화장품 샘플을 판매하지 않는다. 소셜커머스의 경우 사전에 MD들이 해당 제품 판매에 대한 정품여부를 모두 검수하고 위법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중개업자로 물품에 문제가 있어도 책임을 지지 않지만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사업자로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모든 책임을 직접 져야한다"며 "2012년 화장품법 개정이후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화장품 샘플을 판매하지 않는 것만 봐도 위법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