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현대상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개시로 숨통이 트였다.
그동안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아왔던 용선료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 29일 여의도 본점에서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현대상선이 신청한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의결했다.
자율협약에 따라 채권단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자율협약은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과 신용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대상선 측은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결단을 내린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며 "이번 결정이 향후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추가 자구안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선주와 사채권자 등 채권금융기관 이외의 이해관계자가 동참한다는 전제가 붙은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즉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반드시 이뤄야한다.
용선료의 경우 현대상선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대상선은 현재(2016년 1월 기준) 현대상선이 운영하고 있는 선박 125척 중 85척(컨테이너선 35척, 벌크선 50척)이 외국 선주로부터 빌려왔다.
2014년 용선료만 2조1000억원을 지불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1조4500억원에 달한다. 6조원 정도인 현대상선 매출액 대비 30%가 넘는 규모다. 현대상선은 운임하락과 높게 설정된 용선료 탓에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으로 구성된 용선료 조정 실무단은 지난달부터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용선료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리는 가격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현대상선 측은 전했다. 다음달 중순 쯤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17일 부결됐던 12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만기 3개월 연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만기 공모사채 뿐만 아니라 모든 공모사채에 대한 사채권자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자구안도 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행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조기에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