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최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보완하고, 내실 경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NH농협은행의 부실규모가 커지자, 리스크관리 역량을 키우고 질적 성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출범 5년차를 맞은 NH농협금융은 조선·해운업의 부실 등으로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이처럼 NH농협금융이 처한 위기가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리스크관리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그렇다 쳐도, NH농협은행은 현재 냉가슴을 심하게 앓고 있다"며 "부실규모는 차치하더라도 리스크관리 역량에 대한 시장의 비판적인 평가가 농협은행에게는 더 아프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해운업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던 국책사업이었다"며 "RG발급을 놓고 시중은행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릴 때 NH농협은행이 시중은행처럼 하지 못한 이유는 리스크관리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NH농협은행의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금융지주사 출범이후 외견은 금융회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나 내적 경쟁력은 경쟁회사에 비해 보완할 점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시스템, 제도정비, 조직효율성 제고 등 취약부문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리스크관리 시스템 정비, CIB 사업기반 구축, PE사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사업 추진 등 4대 부문은 김 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우선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 7명을 충원하고, 분석 대상업종을 24개에서 143개로 확대하는 등 산업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역량을 강화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아래 여러가지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에 금융회사의 생사가 달려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또한 NH농협금융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실자산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가능 여신을 미리 파악해 사전적 리스크관리를 강화했다. 연초부터 운영 중인 편중여신 완화 테스크포스(TF)는 현재까지 편중여신 익스포져를 3조원 이상 감축했다.
그 결과 신규로 지원된 여신은 부실이 거의 없으며, 전반적인 자산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향후에도 여신 심사와 감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내년까지 전문인력 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부실징후 조기경보시스템은 내년 1월 새롭게 적용된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러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새롭게 정비돼 가동된다면 그동안 NH농협금융을 괴롭혀 왔던 부실채권과 대손비용, 손익부진의 악순환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회장은 최근 이슈화된 명칭사용료 문제도 NH농협금융의 손익전망이 어렵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서만 이러한 오해를 잠재울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말했다.
저성장·저금리 시장상황 극복을 위해 계열사 기업·투자금융 부문간 협업모델인 CIB 사업도 추진한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로 은행과 증권의 기업·투자금융 부문간 협업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운영체계를 개선해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켜야 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이미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 사업 실행 로드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NH농협금융 PE부문의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은행과 증권으로 이원화돼 있던 PE사업을 증권 IB부문으로 통합해 은행의 잠재 리스크는 완화하고, PE사업의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 기업구조조정 관련 바이아웃(Buyout) 역량 제고를 통해 현재 국내 15위권(출자약정 1조2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0위권 수준(2조원)의 바이아웃 펀드운용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중국현지법인과 협업으로 중국 PE부문과 연계해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농식품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재원 등 농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농산업가치창조 펀드도 지속적으로 설립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예대마진 등 전통적인 수익원의 한계상황에서 NH농협금융은 미래 신성장동력 조기 확보를 위한 새로운 수익사업 모델로 해외사업을 선택했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민간영역에 제한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모델의 한계를 수출입은행장 시절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농업금융 분야에 특화된 농협의 강점과 특수성을 활용한 글로벌사업 전략방향을 미리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은 올해부터 금융지주와 자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글로벌사업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공소그룹과는 융자리스, 손해보험, 인터넷소액대출 등 다각적인 합작사업을 추진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는 현지은행 인수, MFI 설립 등 다양한 진출방식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얀마 MFI는 연내 설립해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농기계 제조기업과 미국 내 합작 캐피탈사를 설립하고,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해외 사업모델을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당분간 내실 경영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리스크관리 보완 등 규모 보다는 질적 성장과 미래의 새로운 수익기반을 내실 있게 다져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