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너무 올랐나"…주식형 펀드 1조3천억 환매러시
"코스피 너무 올랐나"…주식형 펀드 1조3천억 환매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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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설정액 54조대 '뚝'…"박스피 학습효과 주효"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코스피가 2100선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올해 들어서만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조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과거 코스피의 박스권 행보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학습효과에 의거해 선제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원본. 상장지수펀드(ETF) 제외. 공·사모 통합. 단위: 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사모와 공모를 통틀어 54조6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대비 1조2831억원이나 줄어든 수준으로 최근 1년 중 가장 작은 규모다.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온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1월 말 56억9007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당초 글로벌 증시의 불안 요소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이면서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11월 말 1983.48에 불과했으나 이후 12월과 1월 모두 상승세를 거듭해 이날 2070선 초반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증시가 계속 호황인 것과 달리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작년 말부터 환매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설정액 역시 11월 반짝 상승에서 벗어나 지난해 말 55조9485억원으로 줄어든 후 지난 1월 말에는 54조6654억원까지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박스권 상단으로 통하는 2100선에 근접하면서 코스피 하락에 선제적 대비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에프엔가이드 에프엔스펙트럼에 따르면 현재 설정액 2조8781억원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에서는 연초 이후 109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펀드는 국내 대표적인 액티브 펀드로 주요 자산은 삼성전자와 GS, 맥쿼리인프라, 기업은행, LG 등 대형주들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들이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는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나머지 종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코스피 시총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장중 200만원을 기록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지수가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섰다"며 "코스피가 그간 박스권 행보를 반복해온 데 따라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코스피가 2월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형 펀드 환매 추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과거 경험적으로 볼 때 증시 단기 조정기 유사한 투자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11년 이후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입을 보면 코스피가 고점을 기록한 후 조정을 받을 때 자금이 순유입되는 모습이 뚜렷했다"면서 "싸졌을 때 저가 매수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코스피가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형 펀드 환매도 멈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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