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우주 공간, 균일한 결정 얻을 수 있어
머크·일라이릴리·아스트라제네카·보령 등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버즈의 꿈은 제약사까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사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신약개발, 우주의학 연구 등 다양한 헬스케어 산업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이 우주에서 의약품 개발을 하는 이유는 우주의 무중력 공간을 이용하면 임상 기간 단축과 순도 높은 의약품 원료를 만들 수 있고 만든 의약품을 지구로 들고 오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매출 상승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이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일란 로젠코프(Ilan Rozenkopf)는 CNBC 인터뷰에서 "우주 제조는 제약·반도체·미용·건강 제품·식품 등에서 2030년 1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022년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마이크로퀸은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통해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우주에서 한 실험은 지구에서보다 결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8년이나 앞당길 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물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밀도 차이로 불균일한 결정이 만들어지지만 중력이 거의 0에 가까운 미세 중력 환경의 우주 공간에서는 균일한 결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확대와 실험 기간 단축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는 머크·일라이릴리·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우주 산업을 시도 중이고 국내에서는 보령이 해당 산업을 진행 중이다.
머크는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합성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제조하는 것에 성공해 논문을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우주 의약품 개발 플랫폼 '필박스'를 통해 당뇨와 심혈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필박스는 의약품이 결정을 이루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실험 장비로 ISS 우주비행사가 필박스를 수령해 정거장에 설치하면 지구로 데이터를 송신한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필박스 1호에 인슐린을 실어 보내 미세 중력 환경이 인슐린 결정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 물질을 발굴하는 과정에 미세 중력을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보령이 우주사업에 뛰어들었다. 보령은 김정균 대표가 취임한 이후 인간이 대기권 밖에서도 정신적·신체적 상태 변화에 대응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인 '우주 헬스케어'를 만들어 우주사업에 투자 중이다.
보령은 지난해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기업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와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상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합작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해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를 공식 출범했다.
우주로 실험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국의 협조 △액시엄 스페이스를 통한 ISS 사용 △ISS를 이용하지 않는 스페이스X 우주선 △우주인 없이 쏘아 올리는 무인 캡슐 등 4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은 우주 접근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중 현재 국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액시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보령은 액시엄 스페이스와 조인트벤처 브랙스 스페이스처럼 우주정거장을 갖춘 기관과 협력을 한 것이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 확보와 우리만의 기술, 지식을 계속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주 헬스케어의 사업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 이제 영원히 살수있는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