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태 수협은행장.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비우고, 낮추고, 내려놓으니 가벼워졌습니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이 지난 11일 늦은 밤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의 한 구절이다. 유독 잡음이 많았던 차기 행장 선출 경쟁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이 행장의 심경이 담겨있다.

12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이 행장은 11일 이사회에 참석해 후임이 선정될 때까지 행장 직무를 이어가지 않고, 이날 임기 만료후 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사회는 '행장 공백 사태'의 2안이었던 비상임감사 행장 대행 체제를 선택했다.

이 행장은 이임사에서 "4년 전 수처작주(隨處作主)로 와서 낙엽귀근(落葉歸根)으로 돌아간다"며 "회자정리(會者定離)라 만남은 헤어짐으로 바뀜이 당연하고 임기가 정해진 자리는 미리 그 때를 알고 있지만, 막상 임박하니 더 실감이 난다"고 재임 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세정책관과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등 30년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 2013년 행장직에 올랐다. 수협은행의 경우 한 번도 행장에 내부 출신이 오른 적 없는 만큼 당시부터 '모피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임 중에는 굵직한 성과도 냈다. 바젤Ⅲ 도입으로 불가피했던 수협은행 독립법인 출범을 세월호 사태로 격앙된 여야 이견을 뚫고 지난해 말 이뤄냈다. 실적도 이 행장 취임 당시인 지난 2013년 말 555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786억원으로 4년 연속 성장세를 거듭해왔고, 지난해에는 공적자금 127억원을 지원 이후 처음으로 상환했다.

후임 인선에서는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인선 과정에서의 잡음을 의식해 뜻을 접게 됐다. 이 행장은 지난 2월말 차기 행장 1차 공모가 불발되자 2차 공모를 통해 연임 의지를 밝혔다. 이후 노동조합과 수협중앙회 등 내외부에서 반대 여론이 불거지면서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바라왔다"며 "이제야 채우고 끌어안고 오르려던 마음을, 비우고 낮추고 내려놓으니 무겁던 자리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추진한 일들, 같이 고민하고 즐겨했던 일들은 텅 빈 마음으로 뿌리로 돌아가면 장래의 자양분으로 남을 것"이라며 "훗날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때도 말끔하게 빈 마음으로 악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