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정치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최대 현안이 안보와 경제라고 말한다. 북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한반도 병력의 전진배치가 이루어지고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되는 불황이 아직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복지며 교육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틈타 사드의 한국 배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일 내로 실제 운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반대하던 성주군민들 마저 ‘어 어’ 하는 사이에 이미 장비의 반입, 배치는 끝나버렸다.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았으니 이번 경우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데 한 달도 안 남았다는 얘긴데 그 틈에 과도정부와 미국이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한 셈이다.

이로써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거나 할 수는 없게 됐고 결국 차후 미국의 의도대로 그냥 끌려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 관련해서 미국 쪽은 올해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다고 하고 운용요원들 역시 별도 선발된 게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일단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한 후 한국 정부에서 구입토록 하려는 계획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사드의 배치가 옳으니, 그르니 하며 열 올리는 와중에 미국의 첨단무기체계를 한국이 꼼짝없이 사도록 만들고 있다니 차기 정부가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작전지휘권도 내준 한국은 미국 무기의 일방적 소비자로서 그야말로 ‘봉’ 노릇 제대로 하게 생겼다. 이웃나라 일본이야 지금 재무장을 위해 자진해서 사드체계를 구입하겠다고 설치고 있지만 한국에 사드는 엄마 하이힐 신은 어린아이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만 할 뿐이다.

사드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우선 사드가 장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인 만큼 무기 자체의 효율성 여부를 떠나서 중간에 바다가 낀 것도 아니고 단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 남북관계에 중간 요격된 미사일이 결국 우리 머리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합지 않다.

게다가 전 국민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과 수도권은 아예 사정거리 밖이니 그 무기가 대체 뭘 지킬 수 있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이 어디 인구만 과도하게 끌어안고 있는가. 인구가 밀집돼 있다보니 각종 물자를 비롯해 국부의 대부분이 인구밀도보다 더 조밀하게 들어차 있다. 그러니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사드가 지킬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겪고 있고 겪어야 할 위험은 단지 예상되는 그런 문제만이 아니다. 물론 경제성장으로 국력을 키워가려면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은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이 한반도 북쪽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명분을 주지 않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강도를 대폭 높여가고 있어서 당장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가능성은 적다. 몇 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지 몰라도 최소한 당장은 별 일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북대치 상황에서 안보문제는 늘 한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그런 만큼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은, 또 미국은 그런 한국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왔다. 이번 사드 전격 배치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무기를 판매하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앞으로도 자주 한국 안보를 인질로 삼는 무기장사로 폭리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서 동시에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닿을 가능성이 확인되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27일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한 말은 그런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

한편 중국은 일단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막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려다 보니 사드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을 향한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멈출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신들에게 긴요한 것은 수입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다만 쉽게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유통업이나 자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커가는 연예산업에 그 제재가 집중돼 있다.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지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국의 장정이 이제 제대로 대오를 갖춰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자국민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외제 문화산업’을 차단해 나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 첫 실험대상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