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지주사 시범점포 실적 '괄목'…6월 전면시행 앞두고 논란 예고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은행·증권·보험사가 한 공간에 들어와 영업하는 금융복합점포에서 방카슈랑스 핵심 규제인 '25%룰'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따라 오는 6월 전면적인 금융복합점포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7일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지주가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에서 판매한 생명보험 상품 중 KB생명 비중이 36.1%(금액 기준)를 차지했다.
KB금융이 복합점포에서 100만원어치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했다면 이 중 36만원어치는 복합점포에 입점한 자회사 KB생명이 출시한 상품이고, 나머지는 다른 보험사 것이라는 뜻이다. KB손보 비중은 27.1%였다.
농협금융지주 복합점포의 경우 지난해 농협생명 상품 판매 비중이 45.0%로 나타났다.
방카룰은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게 하고 △은행 점포당 보험 판매인을 2인 이하로 제한하며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등 점포 밖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대형보험사의 시장 독점을 우려해 도입된 것으로, 보험사들의 실적과 밀접한 규제로 꼽힌다.
그러나 복합점포에는 일반 은행점포와 달리 방카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규제를 '우회'할 틈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복합점포 도입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은행지주 계열 보험사가 특혜를 볼 수 있다며 금융지주사에 속하지 않는 보험회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복합점포에서 계열사 상품을 공동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 정보공유·금융상품이나 서비스 공동개발까지 이어진다면 은행지주사 계열 보험사와 비은행계 보험사의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복합점포로 업권 간 칸막이를 허물고, 다양한 판매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면 금융소비자 편의도 높아질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험을 포함한 복합점포 제도를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일단 금융지주사별로 3개까지만 보험을 포함한 복합점포를 시범 운영하도록 한 상태다. 운영 결과를 보고 올해 6월 이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4개 금융지주에서 10개의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3곳(PWM강남센터·의정부·경희궁), KB금융지주 3곳(여의도·도곡스타PB센터·판교종합금융센터), 하나금융지주 2곳(압구정PB센터·하나금융투자센터), 농협금융지주 2곳(광화문·부산) 등이다. 보험을 뺀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전국에 116곳이 있다.
복합점포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지금까지 모두 708건의 보험상품을 판매해 신한지주(173건)와 농협금융(51건)을 훌쩍 앞지르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18건 판매에 그쳤다.
박용진 의원은 "복합점포 시범 도입 당시 방카슈랑스 25%룰을 우회적으로 위반한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 시범사업에서 은행들의 우회 위반이 확인됐다"며 "올해 6월 복합점포 전면시행에 앞서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