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신용등급 강등…中·홍콩 즉각 '반발'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中·홍콩 즉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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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국가와 잣대 이중적 동의 못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과 홍콩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관영매체들과 관련 기관들을 총 동원해 무디스가 잘못된 평가를 내렸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을 30년 만에 처음으로 'Aa1'에서 'Aa2'로 한 단계 내렸다. 전날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한 단계 내린 이후 연속적인 하향 조정이다.

무디스는 평가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성장이 지난해 6.7%에서 5%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정부부채가 2018년까지 40%, 2020년까지 45%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무디스의 평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부채문제를 통제하면서 현재의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불어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 하향에 대해 "홍콩과 중국의 경제·금융 연관성은 밀접하며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홍콩 상품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홍콩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절반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정치적 관계까지 감안하면 중국 신용등급의 강등은 홍콩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며 SAR(중국의 특별행정구)의 등급에도 반영될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무디스의 결정에 잘못된 평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 측은 "무디스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은 과대평가한 반면 중국 정부의 공급 측면에 대한 구조 개혁과 전반적인 수요를 적절하게 확대하는 능력은 저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재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2%p 상승한 6.9%를 기록했으며 주요 경제지표들도 기존 예상치를 상회하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4월 재정수입 증가율은 전년 대비 3.2%p 늘어난 11.8%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비록 재정지출이 전년 대비 3.9%p 증가한 16.3%를 기록했지만 이는 경제성장 및 구조개혁 지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최고 권위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중국 상무부 연구원이 분석한 '무디스 등급 강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는 제하의 평론을 통해 "중국과 서구 국가에 대한 기준이 이중적이다"면서 "중국의 채무 수준은 평가 등급이 높은 서구 국가와 비교해 이례적인 수준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홍콩 정부 역시 성명을 통해 "무디스의 기계적인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정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부채 건전도에 이상이 없고 무디스가 염려했던 불량 대출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외신들은 중국과 홍콩이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신속히 대응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채권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채권퉁 출범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중국은 8조 달러(약 8969조원)에 달하는 채권 시장에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조치까지 취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한편에서는 올해 말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실정을 부각시켜 리더십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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