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300일] '제약 리베이트' 자정 노력…"편법 여전"
[김영란법 300일] '제약 리베이트' 자정 노력…"편법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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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약산업 투명성 강화"…내년 'K 선샤인액트' 시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24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기준을 높이고, 이를 지키지 않은 임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취하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편법을 통한 '신종 리베이트'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어 준법 경영 정착까지 갈 길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영란법이 도입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윤리 경영'에 주목하며 일제히 CP 등급을 강화했다. CP는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다.

유한양행은 임직원 CP 교육에 매진하는 한편 지난해 9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사전·사후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CP팀을 사장 직속 기관으로 두면서 독립성을 보장했고, 국제변호사를 CP 팀장으로 영입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윤리경영 성과 창출을 위해 대표이사를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하는 회사도 있었다. JW중외제약은 한성권 대표이사와 JW홀딩스 이세찬 준법관리실장을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했다. 코오롱 제약 역시 이우석 대표를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와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도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됐다.

한미약품은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해 독자 업무화 하고, 자율준수관리자를 중심으로 부서별 자율준수위원을 선임해 매월 정기적으로 CP 운영 및 규정을 점검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 평가에서 CP 등급 최고점인 'AA'를 받기도 했다. 두 회사는 윤리 경영 지침을 지키지 않은 임직원에게는 감봉과 해고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한미약품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체질 개선에 들어가면서 접대비를 10% 이상 줄이기도 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이처럼 제약회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 현장에서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업사원들은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윤리 경영'을 외치는 만큼 조심하는 눈치지만, 대다수가 여전히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국내 상위 5위권에 들어가는 A 제약사 영업사원 B씨는 "회사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등 직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예전보다 더 조심하고 있다"면서도 "의사 1명과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더 나왔을 경우 2명과 식사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또 "한 거래처에 제공할 수 있는 판촉물은 하루 1만원이지만 일일히 회사에서 관찰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2~3개를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품설명회에서 제약사는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에게 1만원 이하의 판촉물을 제공할 수 있다.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10위에 속하는 C 제약사 관계자와 의약품 유통업자 역시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아직까지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는 그동안 해오던 관행을 그만두면 다른 회사 영업사원에게 '돈줄'을 뺏긴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영란법만으로 제약사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약회사 인수합병(M&A) △리베이트 원아웃 제도 △판촉비 인정 대상 축소 등을 제안했다. 400개가 넘는 제약회사를 100개 이내로 줄이고, 리베이트 제공이 확인되면 즉시 약제 급여 목록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리베이트를 규제하고 제약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한국판 선샤인액트'(K-선샤인액트)를 시행한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샤인액트를 본떠 만들어졌으며,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제조사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보관해야 한다.

K-선샤인액트가 시행되면 제약회사와 의료기기제조사는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등 제공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 시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를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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