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당국이 초대형 IB(투자은행)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심사하면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자 삼성증권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한국투자증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에 혜택을 주는 단기 발행어음 업무 인가 신청을 낸 대형 증권사 5곳(△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가운데 삼성증권의 심사가 보류됐다. 

금융당국이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대주주로 판단하면서 초대형 IB 진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증권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인 데다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자본시장법 금융투자업규정상 '최대주주가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 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때문에 당초 삼성증권은 이번 심사와 관련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기관경고'가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삼성생명이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3~4월에는 신규사업 인가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내심 자본시장법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해당 법규는 '영위하고자하는 업무의 건전한 영위를 어렵게한다고 볼 수 없거나 금융산업의 신속한 구조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지분도 보유하지 않은 이 부회장이 예상치 못한 중대 변수로 등장하면서 삼성증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추진중인 신사업에 차칠이 빚어져 걱정이 크다"며 "일단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한투증권은 삼성증권과 달리 여유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예외조항'을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둬서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좋은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한국금융지주의 결격 요건이 문제가 됐는데, 지난 2015년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PEF)가 투자실패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 역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최근 5년간 파산절차·채무자 회생절차 대상이었던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실이 있다면 금융투자업 인가 제한 대상이다. 

조항은 적용기간을 최근 5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결격 사유로 본다면 한투증권은 적어도 2020년까지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삼성증권은 판결이 현재 진행형인 데 반해 한투증권은 제재 등 판결이 끝나지 않았느냐"며 "이에 따라 한투증권의 케이스는 해석문제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투증권의 경우 적용받는 금융투자업규정 후반부에 '다만, 이에 관한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다. 결국 한투증권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소명할 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