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줄줄이 임기만료…생명보험 실적악화 대거 교체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인사 폭풍이 예상된다. 올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손해보험사 CEO들은 어느때보다 연임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생명보험사의 경우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상당히 많은 수장들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CEO 가운데 올 12월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의 임기가 만료한다. 이어 내년 1월 오익환 DGB생명 사장을 비롯해 3월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안양수 KDB생명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손해보험사 CEO 중에는 내년 1월 이윤배 농협손보 사장에 이어 3월엔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등의 임기만료가 예정돼 있다.
우선 농협 계열사인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사농협금융은 지난 27일 3차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CEO 선정을 논의했다. 내달 중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배 NH농협손보 사장은 통상 2년의 임기 뒤 새로운 인사를 선임하는 농협 조직의 내부 기준에 비춰볼 때 연임은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의 연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CEO 인선 절차가 예정돼 있다. 삼성화재의 정기이사회가 12월 초에 예정돼 있지만, 내년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밖에 일부 생보사 CEO들은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의 연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양생명 대주주인 안방보험은 지난 9월 뤄젠룽 부사장(COO)을 대표로 신규선임해 구한서·뤄젠룽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는 구한서 대표 임기 만료 이후 뤄젠룽 대표 단독체제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안양수 KDB생명 사장과 오익환 DGB생명 사장은 실적 악화에 연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KDB생명은 구조조정에도 건전성 지표가 긍정적으로 돌아서지 못했고, 매각과 유상증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 또한 재임 기간 무난한 성적표를 보였지만 퇴임 시기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연임 기상도가 뚜렷하지 않다.
신용길 KB생명 사장은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데다 1952년생으로 고령인 만큼 인사교체 바람에 휩쓸릴 수 있다. 또한 윤종규 KB금융지주호 2기가 공식 출항하면서 그룹 내 약체인 생명보험 부문의 육성 의지를 밝혀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22일 홍 사장의 1년 연임을 골자로 한 '이사 선임 승인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라이나생명은 다음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주주총회에서도 큰 변수 없이 홍 사장의 연임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차남규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미 연임이 확정됐다. 차 부회장은 보험업계의 숙원인 자본확충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면서 한화생명의 RBC를 대폭 끌어올렸다. 건전성 회복의 공을 인정 받아 사장 임기를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대내외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 등 손해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CEO가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업계는 대주주 변경 및 실적악화 등 악재가 많아 CEO 연임이 불투명한 곳들이 많지만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영업성과가 우수해 CEO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