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우리 옛 민담에 우산장사 아들과 짚신 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의 딜레마에 대한 것이 있다. 날씨가 맑으면 우산장사 아들이 걱정이고 비가 오면 짚신 장사 아들이 걱정되는 어머니. 그 해법은 민담답게 해피엔딩이다. 걱정 대신 장사가 잘 되는 아들을 생각하며 기뻐하라고. 그럼 매일이 기쁠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역시 매일이 걱정인 어머니로 돌아가게 한다. 이번 6년5개월만의 금리인상 역시 한쪽에선 다행인 부문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걱정인 부문이 있다. 그리고 언론은 늘 그렇듯 걱정스러운 부문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니 국민들은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된다.

1천4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커질까 걱정이고, 수출기업들은 환율 강세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데 금리가 오르면서 내수가 더 위축될까 싶은 걱정은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일 테고 무엇보다 주택금융 금리인상으로 겨우 살아나는가 싶은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까 염려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주식시장을 보면 그런 우려가 투자심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런 중에 금융주들에는 금리인상이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가 하면 채권시장은 이미 예고된 금리인상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미리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금융시장을 제외하곤 걱정스러운 부문이 많아 보인다. 단기적으로 보면 모든 부문에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볼 만하다. 변화가 일 때는 늘 약한 곳부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늘 정부의 후속조치가 뒤따른다. 이제는 나아가 금융기관들도 정부의 후속조치에 따른 추가조치들을 스스로 생산해내는 선도적 경제주체로 거듭 나야 한다. ‘지시’만 따르는 수동성을 버릴 때가 왔다. 글로벌 경영을 원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번에 가계부채 중 한계가구의 악성부채 해결방안을 내놨다. 1천만 원 이하의 빚마저 갚을 능력이 안 되는 한계가구의 부채는 궁극적으로 탕감해줌으로써 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주고 금융권에 대해서는 악성부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에는 늘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는 소리들이 뒤따른다. 걱정이야 되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털어내지 않으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악성부채는 어떻게든 털어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붙들고 있어봐야 없던 상환능력이 갑자기 생길수도 없으니까.

법은 본시 모든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가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도덕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도덕적 규범은 법보다는 좀 더 약자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약자들이 공동체 내에서 발붙여 살 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탈세하는 부자들이 호화생활을 하듯 금융정책의 틈새를 파고드는 파렴치한들은 정책이 바뀌어도 여전히 고개를 들겠고 정책은 또다시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게 된다. 어떤 정책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 공감을 얻을만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파렴치한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들이 날뛸까 두려워 사회적 짐을 마냥 지고 갈 수는 없다.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으랴’ 라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오늘날의 상황에 맞춰 적용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전문가 집단의 반응을 보자면 당장 이번 금리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는 경향인 듯하다. 다만 내년에도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나타날까를 염려할 뿐.

그런데 금리인상을 결정한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반대의견이 나오는 게 적어도 정부 입장을 따라 거수기 역할을 주로 하던 금통위 전통에서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시선을 끈 듯하다. 하지만 어떻든 그런 분위기는 앞으로 금리인상이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게다가 한은 총재 역시 기자들과 만나 ‘불확실성이 높아 신중하게 갈 수밖에 없다’거나 ‘완화정도 축소로 방향을 잡았지만 고려요인이 많다’는 등의 발언을 해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진 않겠다는 신호를 줬다.

그러니 지금 나오는 걱정들은 단지 기우일 수도 있다. 보완대책들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미국의 금리인상에 우리가 반응하지 않을 형편도 아닌데 인상은 안 된다고 우기는 건 어차피 억지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민담의 결론을 따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기다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