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 배당 사고 전후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량(자료=한국거래소)

실재 않는 '유령주식'거래…폐지론 '21만명'
금융당국 "증권사 내부 시스템 문제와 무관"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파문에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날로 거세지고 있지만, 오히려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는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증권가는 이번 사건이 공매도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공매도를 타도하는 시장의 여론은 높아만 간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공매도 거래량은 1209만 주로 집계됐다. 이는 사고 발행 전날인 5일(1067만 주)과 비교해 13.3% 급증한 수준이다. 이후 9일과 10일에 각각 1182만주, 1213만 주로 높은 규모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이후 11일 842만 주로 30% 급감했지만 이튿날 다시 1118만주로 크게 뛰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0만 건, 200만 건가량의 공매도에 나섰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파장 이후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현재 21만3296명의 인원이 이에 서명한 상태다. 이는 게시판에 올라온 전체 청원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는 청원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서명이 기록되면, 관련 사안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하지만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 같은 '공매도 폐지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없는 주식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당 착오 주식을 일부 직원이 매도해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일어나면서 공매도 반대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지난 2008년 폐지됐다. 현재는 타인(기관)에게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서 일부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운 건 무차입 공매도와 진배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청원 제기자는 "삼성증권의 주식 발행 한도는 1억2000만주인데 우리사주 1주당 1000주씩 총 28억주가 배당됐고 500만주가 유통됐다"며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으로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공매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사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증권가는 이번 삼성증권 사고를 공매도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면서 제도를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증권사 내부 시스템의 문제이지, 공매도 제도 자체와는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고는 28억 개가 넘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돼서 거래된 희대의 사건"이라면서도 "유령 주식 거래가 공매도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공매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공매도 폐지론'에 반기를 들었다. 주 전 사장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MS)를 통해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착오 사건과 공매도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주 전 사장은 "이번 사건이 내부통제 상 심각한 구멍을 노출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공매도 제도까지 들먹일 일은 아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