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헬스푸드-2] 매일유업 '고령친화 식품' R&D 선도
[시니어 헬스푸드-2] 매일유업 '고령친화 식품' R&D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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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뉴트리션 사업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사진=매일유업)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사진=매일유업)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유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지난해 국내 출산율은 1.05명. 역대 최저치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제품 주요 소비층이었던 영·유아 인구도 크게 줄었다.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시니어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사코페니아(근감소증)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선 셈이다. <서울파이낸스>는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고령층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고령층 영양 사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고령질환 '사코페니아' 주목한 이유 

김 소장은 사코페니아 연구소 출범 이전부터 매일유업 영양식연구센터에서 영유아식과 환자식 연구개발(R&D)을 총괄했다. 그는 매일유업의 고령층 영양(시니어 뉴트리션) 사업 진출을 위해 사코페니아 관련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영·유아에 집중했던 뉴트리션 사업을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니어 뉴트리션 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사코페니아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김 소장 설명에 따르면, 사코페니아는 최근 시니어 계층 주요 질환으로 주목받는다. 근육이라는 뜻의 '사코(sarco)'와 부족·감소를 의미하는 '페니아(penia)'를 합친 사코페니아는 근육의 양과 기능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근육양은 30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50대는 약 8%, 70대가 되면 15% 정도 손실됩니다. 근육이 약해지면 잘 넘어지고 골절돼 수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기도나 식도가 모두 근육이기 때문에 사코페니아가 발생하면 음식을 삼키고 숨을 쉬는 것도 어려워지죠." 

그동안 나이가 들면 근육양이 감소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겨왔다. 하지만 2016년 미국은 근감소증에 질병코드(M62.84)를 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초 미국을 따랐다. 근육감소를 '질환'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향후 10년 내 근감소증이 대표적 고령 질환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코페니아는 아직 치료법이나 처방약제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영양소 섭취와 근력운동을 통해 관리하는 게 최선입니다. 매일유업은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사코페니아에 주목하고, 시니어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사코페니아 관련 학술연구는 물론, 제품 개발도 진행한다. 사코페니아 관련 연구가 자리를 잡고 나면 다양한 고령 질환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5월 30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오른쪽)과 강철훈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겸 친고령특성화 대학원장이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지난 5월30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오른쪽)과 강철훈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겸 친고령특성화 대학원장이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뒤 악수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 시니어 헬스푸드 R&D로 차별화 모색

매일유업에선 사코페니아 예방 가능한 기능성 식품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춰 소재 확보 등에 힘을 쏟는다. "운동관리만으로 한계가 있는 사코페니아 예방을 위해 영양관리에 도움이 되는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 방향입니다. 사실 3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사코페니아 예방 연구는 소재뿐만 아니라 고령자들의 영양, 인식개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 

연구소에서는 제품 외에 관련 서비스 개발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시장을 바라본다. 현재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제품, 소재, 인식개선, 서비스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 친고령특성화대학원과 고령친화 활성화 업무협약을 했다. 경희대 친고령특성화대학원과 함께 국내 고령자들의 식습관, 필요 영양소 현황 등에 대해 조사하고 제품 개발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사코페니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만큼, 근육을 잘 지키고 관리할 수 있는 영양소를 바탕으로 치열한 시니어 식품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목표다. 

"단백질 섭취뿐만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 섭취가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류신'이란 아미노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류신은 골격근의 단백질 합성 시 기질로 사용될 뿐 아니라,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키는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단백질(mTOR) 신호를 활성화시킵니다. 근육의 합성을 촉진하고 분해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운동에 따른 피로 회복과 수술 후 신체회복 촉진에 쓰이기도 합니다." 

매일유업은 올해 안으로 시니어 관련 제품을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매일유업이 잘 만드는 제품을 우선 고려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에서 갑자기 알약을 낸다고 하면 소비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일유업은 유가공 기업으로 조제분유부터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조기술에 새로운 연구결과를 계속 조합할 계획입니다."

매일유업 MIC 연구소 건물 전경.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 MIC 연구소 건물 전경. (사진=매일유업)

◇"건강한 노년기 위해선 미리 준비해야" 

김 소장은 중장년층이 건강한 노년을 위해 영양섭취와 운동 두 가지 측면에서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양 측면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들의 근육 상태는 매우 다릅니다.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는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 등이 풍부한 단백질 섭취에 주력해야 합니다. 류신은 계란 흰자와 우유 등에 많습니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포함된 비타민D 역시 근육 합성에 도움을 줍니다." 

매일유업이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5년부터 18개월간 진행한 노인 건강향상 프로그램에서도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확인된 바 있다. 지역사회 노인 187명에게 류신이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제공한 결과, 낙상·노쇠·사망예측 등을 포괄하는 노인의 신체기능지수(SPPB)가 향상됐다. 

운동 측면에서 김 소장은 걷기만 과도하게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은 근감소증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등과 복부 힘을 기르는 평형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추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노인들은 허벅지와 하복부 기능 저하가 심하기 때문에 상체보다는 하체 운동이 특히 중요합니다. 힘과 지구력을 모두 올릴 수 있는 운동이 효과가 좋은데, 의자나 가벼운 아령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시니어 관련 시장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고령친화산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건강·레저·스포츠·문화 등 시니어 관련 산업 규모는 2010년 약 27조 규모로 조사됐다. 오는 2020년에는 약 72조 규모로 10년간 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특히 주목받는 시장이 바로 질병 예방 관련 식품 분야입니다. 현재 실버푸드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고령자의 씹고 삼키는 기능 저하에 중점을 두고, 물성조절 기술을 이용해 식품 형태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하는 연구개발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약해진 치아나 잇몸으로도 간단히 씹어 삼킬 수 있는 부드러운 연화식이 대부분입니다." 

김 소장은 선진국처럼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질병 예방 관련 식품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후약방문보다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 개발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화 관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죠. 향후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고령층 소비 양상은 갈수록 다양화·고급화될 전망입니다. 즐기기 위한 소비와 함께 건강한 노년을 누리기 위한 소비도 늘어날 겁니다. 이를 겨냥한 기업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합니다.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맞물린다면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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