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코넥스 시가총액 1위(7982억원) 기업 툴젠이 코스닥 이전상장에 나섰다. 바이오 기업 중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선택한 만큼 코스닥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툴젠은 그간 바이오 기업들이 선택했던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테슬라 요건상장으로 세번째 이전상장 도전에 나섰다.
지난 1999년 설립된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를 바탕으로 기술수출 및 기술용역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를 자르거나 삽입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툴젠의 매출액은 3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6.7% 늘었지만,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4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앞서 툴젠은 2015년 이전상장에 도전했지만,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간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고 핵심 기술인 유전자가위의 특허권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다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거래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툴젠은 2016년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해 한국 특허를 등록했고, 호주 특허도 승인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2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된 파생 특허를 국내에 등록하고, 그해 12월 독일 실용신안 2건을 등록하는 등 이전의 부적격 사유를 모두 해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툴젠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신청했던 지난 두 번의 도전과 달리 이번에 테슬라요건을 선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테슬라 요건은 지난해 도입된 이익 미실현 상장 요건이다. 이익이 없더라도 일정수준 시가총액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하는 제도로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 30억원 이상에 최근 2년간 평균 매출증가율 20%이상 또는 공모후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20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적자기업이 대상이다.
그간 바이오 기업은 신약, 연구개발 등 지속적인 투자비용이 발생해 사실상 일반 상장 요건이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했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가 테슬라 요건 상장 대상에 바이오 기업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툴젠이 첫 도전기업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 상장은 상장 후 6개월간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질 경우 일반청약자가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이상으로 되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있다"며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코넥스에서 이전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일정기준에 부합하면 풋백옵션을 면제키로 했는데 툴젠은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테슬라 요건 상장은 기술성 평가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툴젠에 있어선 기술특례보다 상장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기술성 평가를 자유롭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도입한다 하더라도 통과 기준은 기술 특례상장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툴젠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의 뒤를 이어 테슬라2호로 상장하게 될 경우, 해당 요건을 이용한 바이오 업종들의 상장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승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툴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가위는 현재 상용화 됐다고 보기 보다 앞으로 기대감이 많이 묻어나는 기술이다"라며 "툴젠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된다는 것은 아직까지 자본금이 많지 않더라도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툴젠의 상장이 바이오 섹터를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바이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