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박스권 등락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표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어 일단은 리스크오프(안전자산선호)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수급상으로는 네고(달러 매고) 물량 공급이 여전히 우세해 하방 압력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굵직한 사건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 OPEC 플러스(OPEC 12개국+러시아 등 비OPEC 10개국)회의에서의 일일 120만 배럴 감산 합의, 미중 무역분쟁 90일 유예 및 실무협상에서 나타나는 잡음 등이 그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주 환율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해석 속에 1110원을 하회하며 박스권 하단을 이탈하기도 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 속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부각과 미국의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 속 미중 긴장 재고조에 낙폭 빠르게 줄여 전주말 대비 1.4원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번주 환율 레인지는 최하단 1110원 최상단 1138원이다. 구체적으로 △NH투자증권 1118~1138원 △삼성선물1115~1135원 △우리은행 1115~1135원 △DGB대구은행 1110~1130원 등을 각각 제시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이 오는 18∼19일(이하 현지시각)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공식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을 움직일 이벤트로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재현 가능성, 미중 무역협상, 브렉시트·ECB통화회의 등 유럽연합(EU) 이슈로 좁혀진다. 다음은 다음은 각 이벤트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다.
①美 장단기 금리차 축소 = 지난주 시장은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4일 미국 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고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도 크게 좁혀지며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아직 협상단계인 상태에서 금리차 축소나 역전은 위험자산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 흐름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미 경제지표에서 유의미한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자산 투자심리 회복이라는 반전은 다음 주 FOMC에서 발표될 연준의 내년 인상횟수 전망에 달렸다.
②EU 이슈 = 결론적으로 다음주 연준의 FOMC 경계감에 더해 유의미한 경제지표 반등의 부재로 유로화 강세랠리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오는 11일 테레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대해 의회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 협상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EU와의 협상없이 이탈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이 총리가 의회 지지를 얻기 위해 EU의 합의안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외신이 보도되면서 브렉시트 이슈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마지막 ECB의 통화정책회의의 경우 ECB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선제안내 문구를 통해 내년 글로벌 긴축공조 가능성을 점치게 될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최근의 경제지표 부진이 일시적이며 현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고 발언했으나, 독일의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로존 경기 흐름에 대한 시장의 우려 또한 확대되는 상황이다.
③미중 무역협상 =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워싱턴에서 예정된 미국과 중국 간 실무진 협상에서 미국은 대표로 대(對)중국 강경파인 로버트 하이저를 임명했다. 애초부터 미국은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자국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도 강경 기조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미국에 내어줄 경우 그 결과가 어떠하다는 것에 대해 과거 일본의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합의 이후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으킨 유동성 완화 정책이 부동산 버블과 붕괴를 가져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난항이 예상되며 안전자산인 달러에 상승 압력을 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