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높아질 세금 부담을 우려하며 그중에서도 특별한 수입이 없는 고령자의 충격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반면 정부의 입장처럼 고가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 보유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조세 부담의 크기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의견청취 과정을 거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오는 25일 최종 발표된다. 전국 지자체는 이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를 기준점 삼아 개별 단독주택 396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할 예정이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고가주택일수록 인상폭이 크다. 시세가 급등한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강북지역의 경우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00% 이상 오르는 것으로 관측됐다.
국토부는 집중타겟이 고가주택이어서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더라도 1주택자나 공시가격 5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은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곳곳에선 은퇴한 고령자 등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세금 부담의 충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크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의 근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재산 기준이 있는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재검토를 요청하는 글부터 '고의적 세금폭탄'이라는 비판글까지 등장했다. 한 청원자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인상은 집 한 채 소유하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파구 잠실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부담이 상한선까지 오를까봐 걱정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자산가들은 괜찮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퇴직금으로 집을 매입한 은퇴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반론도 있다.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전년도 세액의 1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상한선이 있어, '세금 폭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정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는 각각 200%, 300% 상한선이 적용된다.
더욱이 전체 단독주택의 95.3%의 비중을 차지하는 20여만가구는 그동안 평균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동안 가격이 급등해 고가 부동산에 해당되나 공시가격이 시세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해 형평성 훼손이 심한 부동산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공시가격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오는 4월 공시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관건이다.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마저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조세저항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가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강남권 고급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세부담으로 인해 급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