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와 민생으로 시작해 경제와 민생으로 끝났다.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어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경제회복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어줘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만 강조하다보니 빠진 부분이 여럿이었다. 민생이 나아지려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해야 함에도 이를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집권 초기부터 그렇게 강조해왔던 '소득주도 성장'이란 말이 사라진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친기업 정책으로 바뀌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에도 화답하지 못했다.
실질임금 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갈수로 벌어지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로 인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 층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어떻게 늘릴 것인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폐업 위기에 놓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많이 빠졌다.
이날 오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경제단체들이 강조한 규제혁신에 대해 신속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유지했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기업인과 자주 만나라며 기업들의 얘기를 들을 것을 주문했다.
반면 경제성장의 한 축인 노동계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더디게 가고 있다. 여당이 조만간 노동계와 만나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올해도 이뤄지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할 리 없었음에도 마치 이를 몰랐다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경제성장이란 프레임에 갇혀 대기업을 주인공으로 하고 논의와 대타협이 필요한 다른 것들은 조연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큰 그림을 보여주는 자리다. 따라서 구체적일 수는 없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의지는 정부 각 부처가 정책으로 펼치기 때문에 가시화되고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을 수 없기에 빠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피상적인 단어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수치와 명확한 실행방안을 듣고 싶어 한다.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못한 경제살리기 방안을 알맹기 꽉 찬 실행으로 옮기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