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4개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계에서 거론한 최저임금 인상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해 현실적으로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경제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2가지 사안을 패키지로 타결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끝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이날 홍 부총리와 만난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최저임금 문제와 함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 ILO 핵심 협약 문제, 규제 혁파, 혁신성장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방안과 함께 정부 정책이 어떤 점에서 보완돼야 할지를 논의했다.
우선 홍 부총리는 앞서 면담 모두발언에서 손경식·박성택 회장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선 "검토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방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논의했다"며 "구체적 결론이나 방안을 협의하기 보다는 그런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와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의 패키지 처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14일 홍 부총리는 문성현 경사노위원장을 만난 직후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와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서로 주고받아 타결하는 '빅딜(Big Deal)' 방식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경제계에선 '구분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패키지 딜(일괄 거래)이라면 경사노위원장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아니겠는가', 하는 반응이었다"며 "경영계 단체장들은 경사노위에서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2가지 사안을 패키지로 타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도 각각 다른 사안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같은 시기에 맞물리다 보니 공익위원과 노사위원들이 같은 테이블에서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라고 정리했다.
이어 "경제계가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해 많이 지원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작업과 함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에 대해선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오늘 만남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 "제가 특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이제까지의 모임이 진행된 추세대로 해왔던 것"이라며 "전경련도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시점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이 필요하지만 여지를 남겨두겠다"고 언급했다.
전경련은 이날 행사뿐 아니라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나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에도 초청받지 못한 바 있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기업인과의 대화'에 초청됐지만, 전경련 회장이 아닌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초청됐다.
홍 부총리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기재부 내에서 밀도 있게 검토한 바 없다"며 "양도소득세 부과 문제나 세액 문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 정도만 정리돼 있고 구체적인 것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정부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와 관련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