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현대오일뱅크에 뒤이어 툴젠의 연내 상장이 무산되면서, 훈풍이 불었던 IPO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혹한기를 지나 올해 IPO시장은 최대 10조원의 공모액이 기대되는 듯 밝은 전망이 이어졌다. 그런 기대감과 달리 현대오일뱅크가 연내 상장을 포기한데 이어 코넥스 대장주인 툴젠이 이전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IPO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공모 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상장 에비심사 신청서를 내고 상장에 도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회계감리 절차가 길어지면서 상장이 지연됐다. 이에 올해 2월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이유로 상장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코넥스 대장주인 툴젠의 연내 상장도 무산됐다. 툴젠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툴젠은 "한국투자증권과 논의해 이번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주관사와 협조해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툴젠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코넥스시장 대장주로 자리잡아왔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기술성특례를 통한 이전상장을 도전했지만,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7일 국내 바이오기업 처음으로 '한국형 테슬라(이익미실현 기업상장)'제도를 활용한 이전상장에 도전했지만, 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둘러싼 특허권 논쟁에 발목을 잡혔다.
현대오일뱅크와 툴젠의 상장이 무산된 가운데,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으로 추산되는 바디프랜드의 연내 상장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바디프랜드 박상현 대표가 직원의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형사 입건되면서, 경영진 리스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경영진 리스크가 발생한 기업은 증시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워 상장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상장이 기대됐던 기대주들의 상장 불발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업계에서 추정한 올해 IPO시장 공모액 10조원 돌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철회하거나 승인 후 상장을 취소한 기업은 17곳으로 상장을 연기했던 '초대어'들이 올해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공모액 10조원 돌파에 대한 전망이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무산은 올해 IPO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풀 꺾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IPO시장의 부진이 장기화 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 중 올해 상장이 기대 되는 기업이 다수 존재하고, 아직 연초인 만큼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