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공공기여사업 등 양보한 상태···일부 조합원 요구 받아들이기 힘들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사업이 9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추진 동력을 얻는가 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재건축 부담금(초과이익환수금)의 압박으로 사업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내부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조합장을 상대로 해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본계약 협상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치쌍용2차는 지난 6월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약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계약이 지연된 주된 이유는 양재천 정비사업·유수지 주차장 공원화 등 22억원 규모의 공공기여사업 부담 주체와 관련한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이 다른 데다 재건축 부담금에 우려를 표한 조합원들이 사업 추진 중단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유수지 복원화 방안은 최근 필요한 공사비를 현대건설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지만, 사업을 미루자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 조합원은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부담금을 낼 바에 차라리 재건축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 재건축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의 최고 50%를 국가에 내도록 했다. 초과이익은 재건축을 마치고 새 아파트가 준공된 시점의 가격에서 추진위원회 설립 시 가격(준공 시점에서 10년이 넘었을 경우 10년 전 가격)과 각종 비용 및 정상적 상승분을 제한 것이다.
당초 대치쌍용2차 조합은 가구당 부담금을 7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에 희망액보다 16배 많은 1억3569만원의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하면서부터 조합 내부의 우려가 커졌다.
조합원 A씨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액이 얼마일지 명확하지 않아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일단 진행을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조합은 재건축 추진을 강행하려고 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계약에 앞서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사업 시행을 멈출 경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사업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조합원 B씨는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문제로 인해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시공사 선정 해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가올 총회에서 원만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해 현대건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총회에서 본계약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조합원들과 현대건설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계약은 더욱 늦춰질 공산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금도 공공기여사업 부담 주체 등 사안에 대해 양보를 한 상태인데 일부 조합원이 요구하는 조항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결국 사업비 증가와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음 달 조합 총회에서 결정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