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당국 관심에 압박보다 '환영'···"홍보 효과 톡톡"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일 금융권의 스타트업 지원을 독려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날 NH농협금융그룹의 '디지털혁신캠퍼스' 출범식에 참석했다. 디지털혁신캠퍼스는 NH농협은행의 핀테크혁신센터를 확대·개편한 스타트업 지원센터다.
농협금융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 1기로 선정된 33개 기업에 대해 200억원 규모의 디지털혁신펀드를 최우선 투자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성장지원을 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보다 앞서 지난 3일 우리은행의 디노랩(DinnoLab)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디노랩은 기존 위비핀테크랩을 확대 개편한 지원센터로, 올해 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신한금융의 퓨쳐스랩 5기 선발식에도 참석하며, 다음날인 12일에는 국민은행 정맥인증 서비스개시와 관련해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금융위원장이 불과 1주일 남짓 기간동안 금융지주·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에 모두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은 금융위가 주도해 '핀테크 데모데이'를 개최하거나 금융권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핀테크 행사 위주로 참석해왔다.
심지어 금융위가 먼저 금융사의 핀테크랩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을 첫번째 과제로 꼽았다.
최 위원장은 "유망 스타트업 등 혁신적 기업이 조속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5년간 190조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겠다"며 "금융이 산업혁신을 더 잘 이해하고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금융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방침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제2벤처 붐 확산'을 위해서는 도전을 응원하는 금융, 혁신을 장려하는 금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지원 사격으로 최 위원장의 행보에 힘이 실리자 그는 즉각 금융사를 방문하면서 스타트업 지원 독려에 나섰다.
다행히 금융사들도 당국의 관심에 대해 큰 압박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평소 같았으면 볼멘소리가 터져나왔겠지만 최근의 일정에 대해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은행이 추진해온 핀테크랩이 스케일업 해 스타트업까지 지원 폭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오히려 금융위원장의 방문이나 독려로 홍보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