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트램 운행 전까지는 공실 계속될 것"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위례 트램은 빨라도 2024년에나 운행된다는데, 글쎄요. 그것도 진짜로 완공돼야 말이죠. 지금 믿을 게 트램뿐이라 기대하고 있는 거지 다들 기다림에 지쳐있어요. 인근 상가 공실은 트램 착공이 가시화돼야 조금씩 해소될 것 같네요." (서울 송파구 장지동 L공인중개사사무소 이 모씨)
지난 26일 기자가 약 1년 만에 다시 찾은 위례신도시. 이곳은 인근 아파트의 입주가 일찌감치 마무리됐지만, 상가들은 텅텅 비어있어 여전히 '신도시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주말 한낮임에도 위례중앙광장 인근에는 활기라곤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중심부엔 어린아이의 손을 이끌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심심찮게 오갔지만, 양옆에 위치한 상가 내부는 여전히 공실로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1년 전 전체가 텅 비어있었던 위례중앙광장 양옆의 1층 점포들도 그때나 올해나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 2014~2015년 3.3㎡당 분양가가 최고 1억원에 육박했던 중심상업지구의 트랜짓몰(트램길을 따라 형성된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해 썰렁하기 그지없었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되레 더 감돌았다. 빈 점포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상가 매매·임대' 문구의 홍보 전단에는 침체돼 있는 상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위례신도시에서 2년 가까이 영업해왔다는 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일대는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임대료 조건을 낮춰주겠다는 임대인의 제안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근 T공인중개사사무소 이 모씨는 "위례 중앙상가 1층 점포의 경우 월 임대료가 당초 400만원대에서 200만원 후반~300만원 초반대로 떨어졌고,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조건을 내건 점포들도 많지만, 문의가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위례신사선과 트램 때문에 아직까지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일대 주민을 비롯한 상인들의 관심은 트램 사업의 향후 진행 방향에 쏠려있다. 트램이 들어서야 트램 노선을 축으로 조성된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례신도시 트램은 본선 5.44㎞, 정거장 12개로 이뤄진 위례신도시의 핵심 대중교통망 중 하나였지만, 10년이 넘도록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그래도 최근엔 사정이 좀 나아졌다. 트램이 지난해 민자 사업에서 공공 사업으로 전환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각 이해기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1일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 서울 송파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트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MOU)을 맺고 논의에 나섰다.
협약에 따르면 국토부는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총체적으로 수립하며, 서울시는 설계·건설·운영 등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1년 초에 착공에 들어간 뒤, 2023년 말까지는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트램과 착공시점이 2023년 6월에서 2022년 12월로 6개월 앞당겨진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이 준공되면 위례신도시의 분위기가 한층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만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정부의 계획안을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3기 신도시 지정 이후 위례를 비롯한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들끓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대책일 뿐, 일단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야 믿을 수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위례신도시에 거주 중인 한 모(42)씨는 "애초에 철도 4개 노선 등이 계획됐지만, 이 중에 착공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주민 1인당 수천만원의 교통 부담금을 낸 만큼, 이젠 위례 교통망 사업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 상권을 살릴 수 있는 트램부터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램이 착공된다고 해서 인근 상권의 공실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많다. 상가 공급량이 워낙 많은 데다 사실상 이미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상권을 묶어줄 트램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가 아무리 낮아져도 주변 공실이 많고 유동인구가 적으면 소용이 없다"며 "트램이 운행되기까지 최소 4~5년 정도는 상가 공실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