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국가로 귀속된 민자역사 중 알짜로 꼽히는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의 새로운 임대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시작됐다. 특히 30년 넘게 영등포역사를 지키고 있는 롯데가 수성에 나서는 가운데 신세계·AK플라자가 도전장을 내밀어 격돌이 예상된다.
3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유통업계 쪽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날 오후 5시까지 영등포역사·서울역사 상업시설을 운영할 신규 사용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업제안서를 받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AK플라자 등 3곳이 영등포역사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사업자 모집에 참여하지 않기로 노선을 정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사전 자격심사, 가격입찰 등을 거쳐 오는 28일까지 최종 낙찰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내년 1월부터 최대 20년간 영등포점과 서울역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역사의 경우 토지면적 1만4291㎡, 건물면적 2만5014㎡로 입찰 예정가는 77억5090만원(부가세 별도)이며, 영등포역사는 토지면적 3만4275㎡, 건물면적 13만227㎡로 입찰 예정가는 216억7343만원(부가세 별도)이다.
이번 입찰은 입찰자격을 사전에 제한하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선 입찰에 참여 가능한 사업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사실상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에서 각각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 중인 롯데쇼핑은 두 곳 모두에서 사업권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로 모든 것에 준비가 돼 있다. 사업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사는 롯데가 1987년 역을 새로 단장해 백화점 영업권을 받은 뒤 199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매출은 5000억원대로 전국 점포 상위 5위권 내에 드는 알짜 점포다. 2004년부터 한화로부터 재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역시 매출 전국 1위 점포로 중국인,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서울역사는 롯데마트가 다시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역사의 경우 이마트는 용산점이 가까워 상권이 겹칠 수 있고, 홈플러스는 신사업 투자 확대로 자금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업성 검토결과 입찰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점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롯데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영등포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유통 라이벌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해 롯데와 인천터미널점 사업권을 두고 대립한 끝에 롯데에 사업권을 뺏긴 만큼 이번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또한 영등포 역사 인근 신세계 영등포점과 이마트,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내 명품 매장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신세계가 사업권을 따낼 경우 백화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점포는 철도공단 인증을 받아도 전대(재임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세계사이먼과 신세계 프라퍼티가 각각 운영 중인 아울렛과 스타필드로 운영할 수 없다.
신세계백화점 쪽은 "영등포 강서 상권은 서울의 3대 핵심 상권 중 하나로 지난 35년간 운영해 온 영등포점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영등포역 민자역사 사업자 모집 공고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는 8월말 구로본점을 폐점하는 AK플라자도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한 달간 현장 탐사도 나가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K플라자는 평택과 수원 등에서 민자역사를 운영하는 만큼 그동안 역사 인근 점포를 운영해 온 노하우가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점포를 내기 어려운 가운데 두 곳 모두 알짜배기 점포인만큼 유통업계간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최고 가격을 써내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