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면서 19일 주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코스피는 1% 이상 가파르게 올랐고 환율은 달러당 1176원까지 뚝 떨어졌다.(원화 강세)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갑작스런 난기류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만큼, 협상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장 변동성은 여전할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9.7원 급락한 117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8일 1169.4원에 거래를 마감한 이후 최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9.8원 내린 1176.0원에 거래를 시작해 1174.8∼1178.4원을 오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26.07p(1.24%) 오른 2124.78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20.83p(0.99%) 상승한 2119.54에 출발한 이후 장중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달 8일(2168.01) 이후 한 달 반 만에 최고치다.
이렇듯 주가와 환율이 널뛰기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시 주석과 아주 좋은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다음주 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이날 통화에서 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중 관계를 논의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중국중앙방송이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돌입한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도 유지됐다. 여기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강력히 시사한 점도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드라기 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에서 경제와 물가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2014년 이후 중국 경제둔화와 지난해 이후 미중 무역갈등의 악영향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중인데, 개선될 기미가 안보이던 미중 긴장관계가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시장이 흔들린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중 정상회담 성사, ECB 총재의 예상 밖의 비둘기파 발언에 따른 위험 선호를 반영하면서 하락했다"며 "장중에는 위안화 움직임 따라 등락하는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낙관해 이날 시장이 상승한 만큼, 상황 급변에 따른 '롤러코스터' 흐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부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중 무역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눈치 보던 상황을 벗어나 한 쪽으로 스탠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혼란기가 적응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앞으로 상당 기간 미중 대치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 대신, 관세인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에 (시장이)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