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코오롱FnC, 다목적공간 지어 소비자와 소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패션 업체들이 업종을 넘나드는 문화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업체들은 노골적인 광고보다 소비자들이 취미를 함께 즐기게 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한다.
형지아이앤씨(형지I&C)는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를 내세워 매달 3545세대 여성들을 겨냥한 수업을 연다. 캐리스노트 쪽은 그동안 정원 가꾸기, 비즈 공예, 착장법에 대해 소비자들과 공유해왔다. 올해 4월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에선 옷과 무관한 '홈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수업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비용을 내지 않고도 수업에서 직접 꾸민 화분을 가져갈 수 있었다.
패션 브랜드 행사였지만, 옷과 관련된 홍보는 없었다. 브랜드와 관련된 선물도 주지 않는다.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엮을 경우 소비자들이 자칫 '영업 당했다'며 부담스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별다른 소개없이, 소비자들과 문화를 즐겼을 뿐인데 매출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캐리스노트 측에 따르면 수업이 열렸던 매장의 당일 매출은 하루 평균보다 2배가량 많았다.
캐리스노트 마케팅 담당자는 "캐리스노트를 몰랐던 백화점 브이아이피(VIP)도 초청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인지도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도록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체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문턱을 낮추면, 다음에 한 번이라도 더 매장을 찾을 거란 설명이다.
자체 복합 문화공간을 꾸려 소비자들과 만나는 업체도 있다. 블랙야크는 의류 브랜드 나우의 플래그십 매장(나우하우스)를 지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나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에피그램에선 다목적 공간 '올모스트홈쉐어'에서 매듭 공예, 향수 만들기 수업을 연다.
전문가들은 패션업계에서 이 같은 행사를 여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을 해당 브랜드 팬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쉽게 옷을 둘러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쇼핑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아름다움과 관련된 활동도 하길 원한다"며 "기업은 '나'의 고객과 활동하며 욕구를 충족시키고,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