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다섯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한 두산重
[르포] 세계 다섯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한 두산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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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빈 1대로 25만호 전력 공급 가능
"2030년까지 약 10조원 수입대체 효과"
지난 18일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공개한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을 공개했다. (사진=두산중공업)
지난 18일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을 공개했다. (사진=두산중공업)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멘스·GE 등 경쟁사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제트엔진을 개발해보지 못한 국가는 절대 가스터빈을 만들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21개 국내 대학과 4개의 정부출연연구소, 13개의 중견·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개발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한국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습니다"

지난 18일 방문한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는 김해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130만평)에 달하는 광할한 규모의 창원공장에서는 발전용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좀 더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 발굴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스터빈 개발은 에너지전환, 디지털변환과 함께 관련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에 참여했다. 그동안 해외 제품에 의존했던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가 목적이었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장(부사장)은 "가스터빈 개발을 위해 2012년 초 이탈리아의 안살도를 인수·합병하려고 했지만 현지 정부에서 전략 자산을 타 국가에 넘길 수 없다는 이유로 막판에 협상이 파기됐다”면서 "이후 독자 개발을 결정했고, 그 결과물인 초도품을 이번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두산중공업이 총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내연기관의 일종이다. 압축된 공기와 연료(LNG 등)를 혼합·연소시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터빈의 블레이드를 통해 회전력으로 전환시킨 후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다. 크게 압축기와 연소기, 터빈으로 구성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 4개국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가스터빈이다. 초도품의 자체 성능시험이 완료되면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2021년 가스터빈 설치와 시운전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상업운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과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발전용 가스터빈은 터빈에서 생성된 회전력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지만 항공엔진은 추진력을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이유는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 부사장은 "가스터빈은 1600℃에 달하는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기술을 통해 20년 이상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터빈 회전체의 속도는 마하 1.3~1.4에 달하지만 머리카락 두 가닥 굵기의 진동만 발생해도 바로 가동을 정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고온부품 공장에서 '슈퍼알로이(SuperAlloy)'라고 불리는 초합금 부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니켈과 코발트가 섞인 초합금 부품에는 0.8mm 정도 크기의 구멍과 홈이 곳곳에 뚫려있다. 전재홍 두산중공업 수석은 "일반적으로 이들 부품의 녹는점은 1450℃인데 1500℃ 이상에서 견디려면 부품 자체에 냉각 기능이 필요하다"면서 "금속 내부에 공간을 만들어서 공기 순환을 돕거나 연소가스가 표면에 닿을 때 얇은 막이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실제 블레이드가 받는 온도를 900℃ 정도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1단 블레이드 합금 부품을 직접 들어봤더니 쉽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묵직했다.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승용차 1대 가격에 맞먹는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기술집약의 핵심인 터빈 쪽 블레이드 개수는 460개에 달하며 전체 가스터빈의 하중은 320t이다. 고가인 만큼 블레이드 1개의 출력은 자동차 10대의 출력과 맞먹는다. 가스터빈 1대로 25만~30만호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금속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고도이 정밀 주조 기술을 필요로 한다. 현재 고정·회전 블레이드의 경우 100% 국산화는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전 수석은 "잉크젯프린트 자체는 저렴하지만 잉크 가격은 비싼 것처럼 기존 선진업체들이 가스터빈은 저렴하게 판매해도 고온부품은 고가로 책정했다"면서 "가스터빈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수익창출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발전용 가스터빈 '시리즈 1(S1)'에 이어 한국형에 좀 더 적합한 '시리즈2(S2)'도 준비 중이다. S1 모델의 합금부품은 해외에서 주조한 후 두산이 국내에서 후속화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지만 S2 후속 모델에는 완벽한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김포발전소에서 실증 시험 진행 시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주조된 블레이드를 비교·검증할 계획이다. 

자료=두산중공업
자료=두산중공업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추세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간헐성과 석탄화력의 환경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 가스발전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LNG 발전의 경우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탁발전의 8분의 1,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도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절감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최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복합화력과 열병합발전 등으로 대체되는 상황 속에서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의 신규 복합발전소 건설이 전망된다. 

이날 최종 조립 행사에서는 로터 조립체가 외부 고정체와의 결합을 위해 공중에서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게 약 70t의 로터 조립체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블레이드가 각 단마다 다양한 각도로 꽂혀 있었다. 이른바 가스터빈의 '속살'로 불리는 로터 조립체는 5년 후 정비 기간이 도래해야만 볼 수 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개를 제한하기도 한다.

앞서 해외업체들은 국내 발전소에서 가스터빈 보수 작업 시 발전소 고객사조차 작업 상황을 볼 수 없도록 차단막을 치고 작업을 실시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모두 해외 기업 제품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고온에서 운전해야 하는 가스터빈 특성 상 자동 정비 시스템 개발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고장이 발생한 후에 현장에 가서 살펴보는 것이 아닌 발전소 트립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예방정비가 이뤄진다면 더 효율적인 운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발전소의 디지털변환과 가스터빈 운영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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