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외국계 자금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계 은행의 경우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 비중이 큰 반면 국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국내 외은지점 자산은 국내 은행 전체(2738조1000억원)의 6.8%(185조800억원) 수준을 차지했다.
국내 외은지점은 총 38개로 유럽계가 9개로 은행 수도 많고 자산규모(63조5000억원)도 가장 컸다. 이외에 미국계(7개·28조3000억원), 중국계(6개·40조3000억원), 일본계(4개·33조9000억원) 등으로 각각 구성됐다. 우리와 무역분쟁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계의 경우 국내 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그쳤다.
외은지점의 자금 조달 및 운용은 국가별로 영업전략 등의 차이로 인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일본계의 경우 자본금으로 의제되는 본지점 장기차입금(을기금) 등 본지점계정(외화)을 통한 자금 조달이 50.4%에 달했다. 자금운용 측면에서는 대기업 위주의 대출채권이 전체의 61.0%를 차지했다. 중국계의 경우 본지점계정의 비중(23.8%)이 비교적 낮은 대신 국내에서 원화 및 외화로 조달한 자금이 절반 수준을 나타냈다. 자금운용 측면에서는 일본계와 유사하게 대기업 중심의 대출채권 비중(42.4%)이 높은 편이었다.
미국계 및 유럽계는 일본·중국계와는 달리 본지점계정과 원화예수금을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통화 스왑(FX 스왑, CRS) 및 이자율(IRS) 스왑 등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이들 미국계 및 유럽계의 파생상품 총 계약규모(난외항목)는 4225조원(미국계 1592조원 및 유럽계 2633조원)으로 국내 전체 은행의 파생상품 계약규모(8381조원·난외항목) 대비 50.4%를 차지했다. 전체 외은지점으로 확대하면 이 비중은 60.2%로 확대된다.
외은지점의 대출을 차주별로 살펴보면, 금융기관 대출비중이 큰 미국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은지점이 대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위주로 운용했다. 일본·중국·유럽계의 기업대출 비중(역외 외화대출 등 제외)은 65~80%, 미국계의 경우는 47% 내외 수준을 보였다.
외은지점의 자금 조달 및 운용은 국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일본계 및 중국계의 경우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성격의 자금(을기금)과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의 비중이 큰 데다, 국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외은지점 기업대출이 국내은행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말 기준 4% 수준에 그쳤다.
다만 미국계 및 유럽계의 경우 높은 파생상품거래 비중을 감안할 때 이들의 영업행태 변화가 국내 파생상품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고 한은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