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출범 후 고용 질 '뒷걸음'···처우 열악 고용↑'부작용'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수는 감소 추세지만 오히려 소속 외 인력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을 역점 추진했지만 오리려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지만 소속 외 인력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우가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심각해 지고 있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한국마사회·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공사·강원랜드 등 국내 주요 공기업 10곳의 비정규직 수는 총 2407명으로 지난 2014년 9050명에 보다 73.4%(6643명) 급감했다. 반대로 소속 외 인력은 2만9106명으로 같은 기간 22.6%(5378명) 증가했다.
소속 외 인력은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의 형태로 타 업체(용역업체·파견업체) 소속이면서 동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이다.
소속 외 인력이 증가하는 이유는 문 정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은 소속 외 인력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한국마사회로 지난 2014년 6808명이던 비정규직 인원은 올해 3분기에는 1635명으로 6548명(96.1%) 급감했다. 강원랜드가 429명을 줄여 마사회에 이어 감소 폭이 컸다. 이어 한국관광공사(181명↓), 한국전력공사(165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4개 기관 중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3곳은 비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소속 외 인력을 늘렸다. 기관별로 한국관광공사 249명, 강원랜드 224명, 마사회 115명 순이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전환에 앞장선 듯해 보이지만 소속외 인력을 늘리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분석된다.
10곳 기관 중에선 인천국제공항이 소속 외 인력을 3462명 늘려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한국공항공사도 1270명을 늘려 인천국제공항 다음으로 증가 폭이 컸다. 두 기관은 전체 증가폭에 50%를 차지했다. 이어 한전KPS(443명↑), 한국관광공사(249명↑), 강원랜드(224명↑), 한국마사회(115명↑) 등 순으로 증가했다.
비정규직 수도 늘고 소속 외 인력도 늘어난 공공기관도 있었다. 한전 KPS는 비정규직 수가 2014년 710명에서 올해 3분기 1502명으로 792명 늘었고 소속 외 인력도 같은 기간 427명에서 870명으로 443명 늘었다.
반대로 비정규직과 소속 외 인력이 감소한 곳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자원 공사 두 곳 뿐이었다.
한국전력은 비정규직이 지난 2014년 323명에서 올해 3분기 158명으로 165명 줄었고, 소속 외 인력도 같은 기간 7677명에서 7569명으로 108명 감소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비정규직 수가 같은 기간 403명에서 321명으로 82명 감소했고, 소속 외 인력도 1036명에서 812명으로 215명 감소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가장 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질적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과 같은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축소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정책 등을 통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