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황겹쳐 직원 생활고 시달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정부가 진에어에 대한 제재 관련 연내, 내년 초까지는 해제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에어의 경영상황은 지속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 최종 보고서에 대한 답변을 3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그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제재가 시작된 시점으로 치면 1년 4개월째 손발이 묶인 셈이다.
이 보고서에는 항공법에 준수해 올바른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진에어의 강화된 17개 항목의 개선사항(△독립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립 △이사회 역할 강화 △사외 이사 자격 검증 절차 강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이 담겨있으며, 올해 9월 9일경 국토부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조현민 전 부사장(현 한진칼 전무)이 미국 국적 보유자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7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오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는 국토부로부터 무기한 제재를 받아 왔다. 제재 사항에는 신규(정기.부정기) 노선 취항 제한, 항공기 도입 제한, 인력채용 제한 등이 포함됨으로써 항공사 경영에 필수인 활동이 전면 금지됐다.
올해 한일 관계 악화, 홍콩 시위, 보잉사태, 환율상승 등 유난히 외부변수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항공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항공사들은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주, 대양주 노선을 신설하고 차세대항공기를 도입하는 등의 발빠른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반면, 진에어는 제재로 인해 손발이 묶이면서 홀로 업계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저비용항공사(LCC) 2위 자리마저 위태롭게 됐다. 매출액은 3분기 기준 지난해 2755억원에서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256억원에서 13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추가 검증까지 받아 개선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 (국토부가) 최소 보완점 등 어떠한 의견도 내놓고 있지 않으니까 같은 항공사 동료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현재 업계 상황이 너무 안좋다보니 불안하다"며 "가장 힘든 건 직원들이 아닐까 싶다. 신규 노선, 항공기 도입 등이 다 제한되면서 수요도 늘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도 못하게 되니 실적은 악화되고 자연스레 근무시간도 줄어들게 돼 소득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생기는 게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에어는 올해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한 공석을 채우기 위해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것 외 공개 채용은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500여 명을 채용한 점을 견줬을 때 제재로 인한 경영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재가 계속될 경우 내년에도 채용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진에어는 지난 4월, 국토부께 임직원과 업계 관계자 수 천명이 모여 작성한 6000장의 제재 해제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6월에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맞춰 사내 규정 및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에 관한 취업 규칙 개정을 완료했다. 더해 계열사 임원의 기업 지배 또는 경영 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국토부에 추가로 소명했으며, 노동조합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면담을 신청키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 측에서는 어떠한 피드백도,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토를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 조 전무가 빠른 시일 내 한진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 국토부의 '눈엣가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자료를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연내 제재가 풀린다는 계획이나 예정은 전혀 없다"며 "조 전무의 복귀, 진에어에 영향을 끼치는 지도 눈여겨 보고 있는 부분이지만 진에어 측에서도 관련이 없다는 소명을 계속 하고 있으니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해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생활고에 대한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에어는 최근 노사 간 잠정 합의를 통해 국토부 제재가 풀릴 시 사측이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기본급 10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