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LG전자가 '외산의 무덤' 일본에서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품력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 특성에 맞춰 시장을 공략,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도쿄올림픽 특수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일본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라인 'LG 시그니처(LG SIGNATURE)'에 이어 'LG G8X 씽큐(ThinQ)'와 '8K 올레드(OLED) TV'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0일 88인치 8K 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모델명: 88Z9)'를 요도바시카메라, 빅쿠카메라 등 현지 유통이 운영하는 주요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니, 샤프 등을 제치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기반으로 한 8K TV를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6월 압도적인 성능뿐 아니라 정제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가전 라인 'LG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 도쿄 현지 거래선, 기자, 오피니언 리더 등을 초청해 출시행사에 열고, 갤러리를 조성해 제품을 선보이는 등 마케팅도 적극적이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12~15일에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이탈리아 가구업체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매장에서 LG 시그니처 제품을 프리미엄 가구와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LG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가전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자국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 '외산의 무덤'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TV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 역시 지난 2007년 TV를 포함한 일본 가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LG전자가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에도 주목된다.
일본 시장은 전통적으로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선진 시장인데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기업으로서는 도전하고 싶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기본적으로 자국에 굉장한 가전업체가 많은 데다 외국산 제품과 가전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든 '외산 가전의 무덤'으로 불린다"며 "그럼에도 선진시장이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팔리는 시장이어서 기업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공략하고 싶은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에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TV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내년 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8일 현지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G8X 씽큐(한국명 LG V50S 씽큐)를 선보이기도 했다. 듀얼 스크린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차별점을 지닌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LG전자는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들과 내년 초 5G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급을 위해 지속 협력하고 있다. 5G를 계기로 향후 일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특수도 있긴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일본은 쉽지 않은 시장인 만큼 꾸준히 사업을 해왔다"며 "LG 시그니처 제품이나 8K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