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가 도입된 후 스팩합병 기업의 합병 상장 후 3개월간 평균 주가상승률이 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는 스팩 제도 도입 직후인 2010년 18개사를 시작으로 올해 말 기준 10년간 총 174사가 상장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중 기술특례기업(5사), 코넥스 이전기업(18사) 등을 비롯해 총 79사가 합병에 성공했다.
스팩은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침체기 속에서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금조달을 위해 2009년 12월 국내 주식시장에 도입됐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에게 신속한 상장과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성장기업에 대한 저위험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합병 실패시 투자자금(원금)을 환급하고 필요시 투자자금 유동화도 가능하다.
비상장기업 측면에서는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이미 모집된 자금을 조달받게 돼 공모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투자자는 낮은 위험으로 우량 비상장기업에 투자가 가능하며, 스팩 주식이 상장 거래되므로 자금회수가 용이하다.
제도 도입 직후 2년간 19개의 스팩이 신규 상장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2012년에는 신규상장이 한건도 없는 등 제도 도입 초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3년말 선데이토즈의 스팩합병이 최대 5배 이상 주가가 급등하는 등 성공사례로 등장하면서 스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에 최근에는 매년 20사 이상의 스팩이 꾸준히 신규상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약 1조9000억원을 공모해 1사당 평균 11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모규모가 평균 200억원을 상회하는 등 대형규모의 스팩이 상장됐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해 최근에는 80억원 내외의 중·소형 스팩 상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스팩합병은 공모금액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장점이나, 대형기업의 경우 공모(수요예측 등)에 참여해 가능한 많은 공모금액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IPO 수요가 높다"며 "소형기업은 상장요건에 맞는 기업 탐색이 어려워, 70억~150억원의 중규모 위주의 스팩이 트랜드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스팩의 규모가 중소형으로 정착되면서 IPO 분야의 중형 IB(KB, 하나금투, IBK)가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스팩을 많이 설립한 기업으로는 KB,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의 순서를 보였다.
스팩 주가는 합병심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대부분 공모가 2000원 부근에서 소폭 변동했으며 심사승인 이후 합병 대상기업의 가치를 반영해 상승했다. 합병 상장 이후 3개월간 39.1%의 평균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분석 대상 74사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6사로 하락기업수(18사)보다 많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향후에도 스팩제도 활성화 노력을 통해 스팩이 우량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지속하도록 하겠다"며 "지속적인 제도 개선 및 홍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