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韓 경제성장률 0.15~0.2%p 하향 작용"
한은, 사스·메르스 발생 다음달 0.25%p 인하 주목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을까. 우한 폐렴의 빠른 확산 속도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2월 금리인하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염병 공포에 소비와 교역이 위축되면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50~1.7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미국의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 노동시장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변화시킬 요인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FOCM에서 눈에 띄는 점은 우한 폐렴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평가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 발발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긴 너무 이르다"면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아마 전 세계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판단하는 게 우리의 틀"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등장한 우한 폐렴 불확실성이 향후 금리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우한 폐렴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고,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더 커졌다"면서 "전염병 확산경로가 인적 네트워크 교류 경로와 겹치기 때문에 외부활동을 줄여야 하고, 결국 소비 쪽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우한 폐렴 사태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1~0.2%p 가량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중국처럼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최대 0.7%p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내고 우한 폐렴이 4~5월 내 진정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 0.15%p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염병으로 인해 상반기 관광객수가 전년 대비 20% 감소하고, 하반기 회복해 연간 관광수입이 10% 감소했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우한 폐렴이 경기에 미칠 부정적 가능성이 속속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대응에 시선이 쏠린다. 경기 둔화 우려가 중첩되고 있어 금리인하로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해서다.
한국은행은 국내 첫 사스 환자가 발생(2003년 4월)한 바로 다음달인 5월에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4.00%로 0.25%p 인하했다. 2015년 5월 국내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발생됐을 때에도 한은은 곧 바로 다음달인 6월에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다만 우한 폐렴으로 다음달 금리인하를 예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많다. 아직 우한 폐렴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디펜던트(지표 의존)'한 한은의 특성을 고려하면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전날 미 FOMC 회의 결과와 관련한 상황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스나 메르스 사태 직후 한은이 금리인하 대응을 했다는 질문에 대해선 "사스나 메르스만 두고 기준금리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그 외 기저에 흐르는 경제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까지는 2월 금리동결을 예측하고 있다"며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되면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지표라는 것이 생각보다 늦게 나오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