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비전 제시 없는 원색 비난···주주연합은 투기세력"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 측이 한진그룹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한진그룹이 '사실 왜곡' 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이사 자격 조항 신설'을 거론하며 주주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 "결국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20일 입장자료를 통해 '3자 주주연합'이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비난 일색인 반쪽짜리'로 평가하며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이었다"고 밝혔다.
한진은 "주주연합의 기자간담회는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주주연합의 주장은 시장과 주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조현아 주주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 측에 제출한 주주제안에 기업 가치 및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사의 자격 조항 신설'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회사·계열사 관련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또는 '법령상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사회 이사로 선출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한진칼 정관은 이사·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있어도 경영 일선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3주 주주연합 측이 제안하는 해당 정관 변경이 주총에서 통과된다해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차단되는 건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이 선고받은 3가지 유죄판결(관세법·출입국관리법·항공보안법)은 모두 이번 신설 조항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협약에 서명했다"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따른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한진은 "결국 조 전 부사장을 경영일선에 참여시키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주연합은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또는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주주연합은 이 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며, 바로 이것이 명백한 경영참여이며 경영복귀"라고 주장했다.
더해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외 후보 이사진에 대해서는 "전문성·독립성·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혹평했다. 특히 한진은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 "항공 운송·물류 경험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며 "'자본집약적'이고 '안방사업'인 통신사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글로벌경쟁이 치열한 항공산업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주주연합이 한진그룹 총체적 경영실패 사례로 언급한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오히려 이는 '조현아 주주연합'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 즉 유관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영진이 경영을 맡아 상황을 오판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대표가 경영 실패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에 대해서도 "항공산업의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진은 "항공업종은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므로 타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며 "항공기 및 엔진은 유동성이 매우 큰 자산으로 현금화 할 수 있지만 당사는 안정적인 운영(Operation) 및 성장을 위해 항공기 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진 이유는 리스회계기준 변경(운용리스의 부채 반영)과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수천억원 감소한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오도하고, 타 기업과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영구채 발행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진은 3자 주주연합을 단기 성과만 바라보는 투기세력으로 규정했다. 한진은 "조현아 주주연합은 단지 단기 성과를 바라보는 투기세력일 뿐이기에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볼 수 없다"며 "결국 막대한 차익만 챙기고 먹튀해 주주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히려 명확한 비전과 전문적인 경영 능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조원태 회장 체제가 장기적인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