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 국제선 운항 중단
국토부 "운수권 유예 등 추가 지원책 마련 중"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을 포함한 106개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항공사들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이상 띄울 노선 자체가 없고, 대형항공사(FSC)들 또한 최근 미국과 유럽노선까지 손 대면서 대부분 하늘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나마 운항하고 있는 노선마저 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상반기 기준 최소 5조원의 매출 피해가 예상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한국을 오가는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395만7506명(국적사 270만9418명)으로, 전년 동월(741만2944명) 대비 47% 절반가량 줄었다.
이 중 노선별로 비운항 및 감편을 집중적으로 시행에 돌입한 지난 달 넷째 주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 노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5.2% 감소했으며, 일본과 동남아는 각각 70.6%, 62.1% 줄었다. 같은 기간, 미주와 유럽도 각각 11.8%, 29.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항공협회는 당초 올해 국제선 월평균 여객 수를 전년(504만967명) 대비 6.3% 증가한 535만8548명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올해 상반기(1~6월) 여객 전망을 전년 대비 65.8% 낮춘 172만4011명으로 수정했다.
따라서 상반기 여객 전망 감소치를 국제선 평균 운임(27만9955원)으로 계산할 시 최소 5조원이 넘는 매출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공사들의 매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가 있기 전 산출한 피해예상액으로, 이달부터 한일 하늘길이 사실상 끊기게 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06개국(오후 2시 기준)이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주요 하늘길은 대부분 닫힌 상태다. 장거리를 주력으로 하는 대한항공은 주요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미주(미국 11개·캐나다 2개), 유럽(14개) 노선 중 이달부터 뉴욕, 로스앤젤리스(LA), 토론토, 바르셀로나, 프라하, 로마 등 25개 노선을 비운항 및 감편키로 했다.
사실상 정상운항하는 노선은 파리, 암스테르담 2개 뿐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한해 동안 수송한 국제선 여객 2031만9923명 가운데 미주·유럽 노선 여객 수는 469만4024명으로 23.1%에 해당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여기다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최근 일본도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및 사증제한을 시행함에 따라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을 제외하고 오사카, 가고시마,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시애틀, 호놀룰루, 시드니, 리스본, 베네치아, 파리, 런던, 이스탄불 등 주요 장거리 노선을 대거 비운항키로 했다. 이에 더해 이달 31일까지 일본 전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전날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퍼스트 및 비즈니스 중앙(Central) 라운지 운영도 임시 중단했다.
FSC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미주, 및 일본 노선의 대규모 운항중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집계된 여객 수와 산출된 매출액 보다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달 넷째 주, 승객의 항공권 환불 요청이 평상 시 대비 30배 증가해 항공권 환불금액이 발매액을 초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일본, 길게는 동남아 노선을 주력으로 운영하던 LCC업계는 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인 '셧다운(Shut Down)' 상황에 직면했다.
에어서울은 22일,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은 28일까지 전 국제선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제주항공은 전체 87개 중 7개, 티웨이항공은 50개 중 2개, 진에어는 32개 중 7개 등 최소한의 노선을 위주로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LCC들은 국제선 영업을 사실상 접게 되면서 수익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무급휴직, 임금체불 카드까지 꺼내면서 긴축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항공기 리스료와 주기료,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용만 한 달에 평균 100억~200억원으로 발생해 적자는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앞서 LCC들은 지난해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불거진 불매운동, 홍콩 시위 등 직격탄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줄어든 공급을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거 늘려 타격을 최소화하려 했으나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실상 회복시기를 놓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수익을 창출하는 국제선에 항공기를 띄울 수 없는 상태니 당연히 매출 또한 없다"며 "무급 휴직 등 인력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하려 하지만 항공기 리스료 등 주요 고정비용 또한 큰 규모라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한국만 (코로나19)종식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회복 시점을 내다볼 수 없다"면서 "이미 항공사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달해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는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방도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국토부는 지난달 17일 3000억원 지원 등 대책을 내놨으나 업계에서는 현재 마주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토부는 항공사 사장단과 다시 만나 업계의 최근 영업환경 및 유동성 현황과 금융 애로사항을 청취,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과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세제 감면과 운수권 유예 등을 포함한 항공업계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업계로부터 필요한 지원에 대해 다양한 건의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이를 취합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