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 추구 기조, 금융회사가 동조"
"코로나 사태 후 금융권 상황 대체적으로 양호"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상시 감시체계를 보완하고 종합검사와 유기적으로 끌고 갈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내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추진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원장은 취임 2주년 기념 출입기자 서면 간담회에서 "해외 금리연계 파생상품펀드(DLF) 사태와 라임 사태를 겪으며 받은 비판을 거울삼아 상시 감시 체계를 보완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원장은 "최근 금융환경은 '저성장-저금리'인데 소비자들은 고수익을 원하고, 금융회사도 여기에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 기조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다"며 "일부에서 고위험-고수익 원할 수는 있지만, 일반화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투자 중심의 동학개미운동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동학개미군단은 '롱런'으로 성공할 수 없는 투자로, 대부분이 돈을 벌 수 없다"면서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자, 투자 주의를 촉구하는 안내를 잇달아 낸 바 있다.
윤 원장은 "비트코인 문제가 생기기 전후로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며 "금융투자업계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만들어 해당 세력들을 중화시켜줘야 하는데, 잘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건전성 관련 팀과 자금의 위험을 보는 팀, 각 권역을 보는 팀도 있는데, 금감원 전체적으로는 체계를 잡아가는 노력을 좀 더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의 재임 중 가장 큰 고비로 'DLF 사태 이후'를 꼽았다. DLF 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해외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 상품을 다수의 고객에게 불완전판매한 사건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최고경영진에 DLF 원금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백억원의 과태료와 일부 업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윤 원장은 "일부는 소통의 문제와 오해도 좀 있었다"면서도 "시계를 몇 달 전으로 돌려도 의사결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갖고 있는 제재심이 해외기구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내부에서 검사와 제재부서를 분리해놓고 있고, 제재심에도 수석부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외부사람으로 구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심에서의 결론이 증선위-금융위까지 올라갔고, 전체적으로 큰 흐름은 다 인정이 됐는데 그걸 가지고 비판을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금융권의 상황은 대체적으로 괜찮다고 평가했다. 윤 원장은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시장에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고 있지만, 체계적인 위험으로 가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5.25%이고, 생보사와 손보사 지급여력비율(RBC) 284%, 260%, 증권사 신순자본비율 555%, 저축은행 BIS 비율이 14.8%다. 다만 그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권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갈지 모르고, 마지막 보루는 그래도 은행"이라며 "이를 위해 장기 성과급과 배당 등을 최대한 유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중장기적인 복원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금감원의 신뢰를 더욱 높이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윤 원장은 "밖에서는 알아주지 못해도 내부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일관성을 유지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들이 신뢰 점수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기 내 투자자 보호를 통한 신뢰 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추진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