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할 것 없이 모두 '빚'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버티고 있다. 4월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을 일컫는 '동학개미운동'이 주춤해지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줄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 풀 꺽였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2년 4월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원화)은 전월 대비 증가규모가 27조9000억원으로 지난달(18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경신했다.
금융당국 및 금융권의 코로나19 관련 전방위적 기업지원책이 은행들의 기업대출 증가 규모를 크게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0.75%)로 인하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늘린 것도 기업대출에 증가에 영향을 줬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 및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대출 취급, 정책금융기관의 중소·중견기업 자금지원으로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액이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상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유예 조치도 은행 기업대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대기업대출(11조2000억원), 중소기업대출(16조6000억원) 및 개인사업자대출(10조8000억원)의 전월 대비 증가폭이 모두 속보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대기업은 운전자금 수요가 확대된 데다, 유동성 확보 및 회사채·CP(기업어음)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손을 벌렸다. 이로써 회사채 시장은 전월 5000억원 순상환(상환>발행)에서 4월 1000억원 순발행(상환<발행)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중소법인·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 증대된 것이 영향을 줬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자금 수요가 껑충 뛰었다(3조8000억원→10조8000억원). 경기 침체에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감소에 따른 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가 증대됐고, 4월1일 이후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대출 등 정책지원 등으로 큰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꺽였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 전월 대비(9조6000억원)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4조9000억원으로 전월(6조3000억원)과 비교해 축소된 때문이다. 지난달 주택 매매·전세 관련 대출이 둔화(3조원→2조5000억원)됐고, 비은행 대출 대환액도 줄어들면서(8000억원→1000억원) 증가규모가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 증가폭은 감소 전환했다(3조3000억원→-1000억원). 한은은 3월중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개인 주식투자 관련 대출수요가 축소된 데다, 코로나19로 가계의 소비지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을 통한 카드대금 결제) 수요가 축소된 결과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