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도 인하 요인
올해 성장 전망 '하향조정 폭' 촉각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25%p 인하한 0.50%로 결정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내수 충격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가보지 않은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0.25%p 하향조정한 0.50%로 결정했다.
한은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렸다. 올해는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지난 3월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50%p 하향조정했다. 이어 지난 4월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며 쉬어갔던 금통위가 이달 다시 금리를 0.25%p 내리면서 역대 최저 금리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우리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부진하고,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실제 지난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203억달러)도 지난해 5월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이런 수출 급감 등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률 자체도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기보다 1.4% 감소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은도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할 필요성도 컸다. 이날 처음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통위를 참석한 신임 금통위원 다수가 친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신임 금통위원들은 취임사에서 국내 경제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적극 대처하기 위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임 위원 3명(조윤제·서영경·주상영 위원)의 첫 회의라는 부담은 존재하지만, 신임 금통위원 면면이 친정부 성향이 높고,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감안하면 정책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조윤제 위원은 이날 금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서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 연관성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의결에서 제척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D(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도 이번 금리인하의 주요 근거로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 지표)'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에 나온 수치인 만큼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기보다 1.4% 감소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20일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일부 해외 IB(투자은행)나 국제평가기관은 한국이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