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M&A 경과 따라 결정될 듯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책은행이 대한항공에 긴급 지원한 자금을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된 정책 기금이다. 현재 항공·해운 2개 업종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업종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라는 상황이 반영되면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의 이관은 일단 유보됐다.
정부 관계자는 1일 기간산업안정기금 가동 전 국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을 먼저 지원한 것이라며 대한항공 지원액을 기금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대한항공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기금 가동까지 시간이 걸려 국책은행의 긴급 지원 형태로 대한항공에 유동성을 우선 공급했다. 대한항공 지원액을 이번 주 본격 가동되는 기금에서 수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 4월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자금 2천억원 대출, 7천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 3천억원(발행 1년 후 주식전환권 부여) 인수 등이 세부 지원 내용이다.
3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인수가 포함된 만큼 기금 전환에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기금은 총 지원금액의 최소 10%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연계증권으로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같은 선지원금의 기금 전환 여부와는 별개로 기금을 통한 대한항공 추가 지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대한항공 지원액 1조2천억원은 상반기에 필요한 자금"이라며 "하반기에 또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행 차입금·금융 리스·회사채·ABS)은 3조3천20억원이다. 올해 조기 상환권의 최초 행사 기간을 맞는 신종자본증권(7천11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약 4조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상황은 대한항공과는 다르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 4월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한도 대출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선지원 개념으로 지원이 결정됐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M&A 과정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원금을 기금으로 이관하면 협상 주체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M&A 경과를 보고 기금 이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수 포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아시아나항공 지원금도 기금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편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본격적인 가동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5월 28일 기금 출범식을 열어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7명을 위촉했다. 위원들은 오는 4일 두 번째 회의를 열어 기금운용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