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전국에 있는 SK텔레콤 기지국이 통신망 뿐 아니라 '지진관측소' 역할도 맡는다.
SKT는 기상청·경북대학교와 손잡고 한반도의 지진 탐지 및 경보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시범 구축한다고 9일 밝혔다.
전국에 분포한 기지국, 대리점 등 3000여 곳에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기상청의 지진관측시스템과 연동해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구축, 연내 파출소, 초등학교 등 800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상청은 전국 338개 지진관측소의 지진관측자료를 활용해 지진 관측 후 7~25초 내에 지진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SKT와 협력을 통해 지진관측자료가 보강된다면 보다 정확한 진도정보 생산과 지진조기경보 시간 단축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T·기상청·경북대학교는 국가 지진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2021년까지 추진키로 했다. 기상청은 SKT 기지국 내 설치된 지진감지센서의 진동 데이터를 지진관측자료와 비교해 지진분석의 성능을 검증하고 지진정보 서비스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내진, 진동 등의 안정성 검증을 수행하는 한국에스지에스(주) 동탄시험소에서 기상청, 경북대학교와 함께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켜 기지국으로부터 진동 데이터를 수집, 분석 등의 과정을 선보였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88회다. 이 중 규모 4.0 이상 2건의 지진은 강원도 동해와 경북 포항에서 각각 50Km 가량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2016년 경주지진 및 여진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했다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디지털 지진관측기간의 평균(1999~2018년)인 연 69.9회보다는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권영우 경북대학교 초연결융합연구소장 교수는 "예를 들어 포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의 속도와 진도 차이로 인해 50Km 떨어진 대구 시민과 150Km 떨어진 대전 시민의 행동요령은 다르게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밀한 지진 관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SKT의 지진감지센서는 기상청에서 지진분석에 활용되는 고성능의 지진관측장비와는 달리 소형의 저가형 장비로 한 뼘 크기의 220V 플러그 타입이라서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또 초당 100회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 분석을 통해 일반 진동과 지진을 구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SKT는 지진감지센서에 관측되는 24시간 실시간 진동 데이터, 기압 등을 SK텔레콤 수집서버(EQMS; Earthquake Monitoring System)로 분류해 기상청에 보낸다.
기상청은 제공받은 진동 데이터를 국가 지진관측망과 융합해 진도정보생산, 지진조기경보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SKT의 기지국·대리점 등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와 전국 국가 지진관측소에서 취합되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면 보다 신속·정확한 지진분석으로 지진경보의 시간 단축과 다양한 진도정보서비스 제공도 기대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보통 지진파(S파)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5초 정도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이면 건물 밖 대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정환 SKT 5GX 인프라 그룹장은 "최근 이통3사가 협력한 재난로밍 구현 등 재난상황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기상청-경북대 협력을 통한 지진관측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앞으로도 5G시대에 통신사가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