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20대가 연령대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률이 하락하는 반면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20대들이 미래를 위해 선택한 돌파구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미래통합당 윤두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6개월 동안 이들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거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신용공여 잔액’은 15조6616억 원으로 지난해 말(13조212억 원)보다 2조6404억 원(20.3%) 증가했다. 이 6개 증권사의 신용공여 잔액은 전체 증권사의 약 52%를 차지한다.
이들 증권사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은 채무자 수 역시 지난해 말 13만1769명에서 올해 6월말 기준 16만4665명으로 24.9% 늘어났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20대의 신용공여 잔액 증가세가 가장 컸다. 2017년 3100억원대에서 지난 6월 말에는 7200억원대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33.2% 증가했다. 20대 신용공여 채무자 수도 이 기간 4100명에서 1만922명으로 약 2.6배로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조사 대상 증권사의 신용공여잔액은 50대(4조9467억원), 40대(4조7007억원), 30대(2조4472억원) 순으로 많다. 같은 기간 19세 이하 투자자들의 신용공여잔액도 86억 원에서 411억 원으로 늘었다. 40, 50대 부모들이 미성년자 자녀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자녀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20대들의 '빚투'가 급증하는 이유는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에 부동산 가격 마저 고공행진하며 목돈을 마련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률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 3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7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취업자수는 7월 16만5000명 줄어들며 30대(17만명), 40대(16만4000명), 50대(12만6000명)보다 감소 수치가 더 컸다.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긁어모아 아파트를 사는데 걸리는 시기인 '연간 가구평균소득 대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비율(PIR)'은 서울 기준 12년 이상으로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12.13년으로 추산됐다.
이에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주식 투자 초년생을 뜻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 같은 신조어 마저 생겨났다. 주린이는 코로나 급락장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한데 이어 최근엔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금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투자자 가운데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최소 1g 단위로 금 현물을 매매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20대 투자 비율(계좌 수 기준)은 18%로, 30대(38%)와 40대(29%)에 세번째로 높다.
그러나 국제금값 이번주 들어 하루 하락폭이 4% 이상 달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12일 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전날보다 6.01%(4천640원) 폭락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 KRX 금시장이 개설된 이후 일간 기준 최대 하락 폭이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된 금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빚투'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빚까지 내서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 투자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성세대에 비해 수입이 적은데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사실상 빚투에 내몰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을 과도하게 쫒을 경우 증시가 조정을 받게 되면 소득이 적은 20대 투자자들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