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가 미친 올 2분기(4~6월)말 가계빚이 163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푼 가운데, 중앙은행도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며 보조를 맞춘 결과다. 특히 3월 폭락장 당시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큰폭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전분기 말(1611조4000억원)에 비해 25조9000억원(1.6%)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증가율(5.2%)은 2018년 4분기(5.9%) 후 최고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으로 △2017년 8.1% △2018년 5.9% △2019년 4.1% 등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였는데 올해 들어 5%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등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를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를 의미한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154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규모는 23조9000억원(1.1%)을 기록했다. 전분기인 지난 1분기(17조3000억원), 전년 동기인 지난해 2분기(16조3000억원) 증가액과 비교해 증가폭이 모두 확대됐다.
가계대출의 전분기 대비 증가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4조8000억원, 기타대출이 9조1000억원을 각각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전세자금에 대한 수요가 지속된 데다 분양물량 증가로 인해 집단대출이 늘었음에도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모기지론 취급 감소로 증가폭은 전분기에 비해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타대출은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증권시장의 신용공여 규모 증가로전분기 증가액 1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뛰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증권회사 신용공여액은 올해 2분기 중 7조9000억원 증가했다"며 "이는 사상 최대 증가"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회사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4분기 3000억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 4조6000억원 감소했었다.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신드롬처럼 번진 동학개미운동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폭락한 주식 시장을 기회로 보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 청약관련 자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반년 간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고 한은의 연이은 금리인하로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지면서 신용대출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등에 따라 연 1.74∼3.76%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금가 연 2.03∼4.27%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신용대출보다 금리의 하단과 상단이 모두 높다.
2분기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 잔액은 91조6000억원으로,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1조9000억원) 등에서 2조원 불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1분기 6조1000억원이나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2분기 카드 소비가 다소 회복됐다는 뜻이다.